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변수와 외국인의 자금이탈로 국내 증시가 지난달 이후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투자성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주가 흐름의 뒤를 좇던 과거와는 달리 시장에서는 저점 매수에 나서고 나아가 지수상승 때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레버리지 펀드에 자금을 넣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 지수는 전달보다 4.37%(88.67포인트) 떨어졌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같은 기간 4조567억원이 증가했다. 실제 공모 주식형 펀드의 순유입액만 지난달 1조6,257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올해 월간 단위로는 최대치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펀드를 매입하고 상승하면 환매를 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적인 투자 전략이지만 지금까지 국내 투자자는 일정한 패턴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지난해 1월에 코스피지수가 70.19포인트 하락했을 때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1조원 이상 빠져나갔지만 같은 해 10월 55.66포인트가 하락했을 때는 2조원 가까이 설정액이 늘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펀드 자금은 주식시장과 동일하게 움직이거나 후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바닥을 다졌다는 판단이 번지면서 저가 매수세가 들어와 이 같은 투자패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이후 코스피시장에서도 개인들은 1조1,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하락을 방어했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의 투자자들도 크게 늘었다. 특히 주가상승에 베팅하며 단기적인 자금 운용을 목적으로 한 국내 레버리지 펀드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레버리지 펀드는 현물 주식에 투자하되 선물 등의 파생상품을 활용해 일정비율로 더 높게 오르거나 떨어지도록 설계된 펀드다. 기초자산의 수익률보다 더 큰 폭으로 펀드의 성과가 움직이도록 설계된 만큼 수익이 발생했을 때 다른 펀드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손실 위험도 크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국내에서 운용 중인 29개 레버리지 펀드에는 총 3,681억원이 유입됐다. 이달 들어서도 167억원이 들어왔다. 펀드별로는 NH-CA운용의 'NH-CA코리아2배레버리지[주식-파생]ClassA'에 1,392억원이 들어와 유입규모가 가장 컸다. 7월 대비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진영 NH-CA운용 포트폴리오 스페셜리스트 팀장은 "레버리지펀드는 단기간에 저가매수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패턴 플레이에 최적화된 상품"이라며 "현재 코스피 밸류에이션상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을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본과 유럽 등 해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유로스탁스레버리지(합성H)'의 지난달 일평균 거래량은 8,586주로 7월(670주) 대비 12배 이상 증가했다. 'TIGER S&P500레버리지(합성H)'의 8월 일평균 거래량도 1만237주로 전달(1,058주) 대비 9배 넘게 늘어났으며 'KINDEX 일본 레버리지(H)'도 같은 기간 1.2배가량 증가했다.
단기적 변동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장기 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퇴직연금과 연금저축펀드로 대표되는 연금형 펀드다. 연금형 펀드는 법인 자금이 유입되는 연초에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최근에는 기기와 관계없이 자금 유입이 꾸준하다.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연금형 펀드에는 총 9,500억원 이상 자금이 몰렸다. 이달에도 302억원이 유입된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 단기악재를 피하기 위해 절세혜택이 제공되는 연금형 펀드로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재우 퇴직연금영업팀장은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운영하지만 안정성이 높은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