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中 日 바둑 영웅전] 작심을 했어요

■ 비금도의 소년



황이중은 오늘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제1국의 반집 패배가 그를 짓누르고 있다. 전투에서 졌다면 모르겠거니와 끝내기에서 역전패를 당하다니.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기 싫다. 끝내기라면 평소에 극히 자신 있는 항목이었다. 흑47에 8분을 썼다. 아예 중원을 참고도1의 흑1로 달아날까 망설였다. 그렇게 되면 백은 2로 슬라이딩을 할 것인데 우상귀의 흑이 두 집 내고 살기 바쁘게 된다. 그래서 흑47, 49로 지키고 보았다. “이젠 중앙의 흑을 세차게 공격할 겁니다.”(박지은) 그러나 이세돌은 3분을 생각하고 백50으로 지켰다. “이젠 중앙의 모자씌움이 훨씬 더 강력하게 보입니다. 흑은 그 자리를 뛰어야 될 겁니다.”(박지은) 흑이 57의 자리에 달아나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황이중은 흑51, 53으로 또다시 실리챙기기에 나섰다. 백56을 보고서야 비로소 흑57로 달아났다. “일단 배짱 하나는 고수로 손색이 없군요.”(최명훈) 백58은 행마의 틀이다. 여기서 또 뜸을 들이는 황이중. “손을 빼어 볼까 망설이는군요.”(박지은) 5분 후에 59로 지켰다. 흑이 다른 곳으로 손을 돌리면 백이 57의 왼쪽에 씌우는 수가 너무 좋아진다고 본 것이었다. “집으로 확실하게 앞서고 말겠다고 황이중이 작심을 했어요.”(최명훈) 흑63으로 지키는 것을 보고 한 말이었다. 최명훈은 백의 착점으로 참고도2의 백1을 추천했다. 그러나 흑은 2로 또 실리를 밝힐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