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새정부 “재벌정책“ 갈등예고

`재계의 대변인`으로 통하는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의 발언은 차기 정부의 재벌 정책에 대한 정부와 대기업간 힘겨루기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최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재벌 정책에 대해 `5+3`원칙을 지키고 충격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힌데 대해 경제 5단체장도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원칙론을 천명했으나 앞으로 구체적인 각론에서는 상당한 입장차와 갈등이 표면화될 전망이다. ◇재벌 정책에 불만 증폭= 재계는 노 당선자 진영의 재벌 정책에 불안감과 함께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는 지배구조 개선,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주5일 근무제 시행 등 노 당선자의 경제 정책이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며 반발할 조짐이다. 특히 손 부회장이 `대기업과 재벌 구분은 비현실적`이라며 직격탄을 날린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재벌은 재벌이고, 대기업은 대기업`이라며 시장 원리를 살려 기업 활력은 살려나가겠지만 재벌 시스템은 손보겠다는 노 당선자의 기업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손 부회장은 재벌 정책에 대해서도 “지난 5년간 충분히 개혁됐으며 오히려 지나치게 개혁된 부분이 있다”면서 “과거의 재벌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개별기업의 특수한 경우를 일반화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출자총액한도 제한의 경우 국내에만 존재하는 기업 규제로 외국인 투자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역차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등 신규 규제를 자꾸 도입하는 것은 기업 발목을 잡는 행위”라고 말했다. ◇힘겨루기 본격화 예고= 재계는 우선 대통령 인수위에 자유시장 경제 및 기업규제 완화 등에 대한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등 정부 설득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노 당선자가 정작 집권하면 현실적인 한계를 인식, 경제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가 물거품으로 돌아갈 경우 심각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대기업들은 피를 말리는 글로벌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잘 하고 있는 민간 기업은 제발 좀 놔두고 공기업과 정부 조직이나 효율화할 방안이나 찾으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모 그룹 구조조정본부 임원은 “지금도 글로벌 기준을 무시한 각종 규제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차기 정부가 자꾸 대기업을 개혁 대상으로 몰고 갈 가면 짐을 싸서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노 당선자가 `7% 성장` 공약을 지키고 내년도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협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재계가 국내 시설 투자를 무기로 강력 반발할 경우 자칫 경제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