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4억5,000만명, 국내총생산(GDP) 8조 달러, 무역규모 5조 달러의 세계 최대 경제블록은 순탄하게 탄생될 수 있을까.
유럽연합(EU)은 올해 5월이면 폴란드와 헝가리 등 10개국이 신규 가입, 회원국 25개의 슈퍼 경제권으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 1999년 유로화 출범을 계기로 기본 토대를 마련한 `점보 EU`플랜이 현실화되는 것.
이 같은 초대형 경제권의 출현은 `미국 주도`와 `중국 부상`으로 요약할 수 있는 세계 경제 지도에 메가톤급 변화 요인이다. 무엇보다도 EU의 확대는 자체 시장의 외연이 넓어지면서 각종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중부와 동부 유럽 국가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상당한 가격 경쟁력도 갖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EU 회원국 확대는 점진적인 경기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는 최근의 상황과 맞물려 경기 회복에 가속도를 붙일 수도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초대형 경제 공동체를 향한 EU의 행보는 적지않은 걸림돌에 직면해 있다. 우선 몸집이 커지는 EU가 효율적이고 기능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통합 헌법을 바탕으로 한 체제개혁이 시급함에도 지난해 12월 13일 브리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EU 헌법안 합의가 국가별 투표권(이중다수결제)을 둘러싼 갈등으로 실패했다. 이중다수결제란 회원국 수의 50%, 회원국 전체 인구의 60% 찬성으로 EU의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될 경우 프랑스ㆍ독일ㆍ영국ㆍ이탈리아 등 빅4의 입김은 강화되는 반면 중소 규모 회원국들의 입지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EU 통합에 발목을 잡는 요인은 이외에도 많다. 기존 회원국과 신규 회원국간 경제적 불균형 문제도 그 중 하나. 현재 10개 신규 회원국들의 1인 당 국내총생산(GDP)는 기존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데, 이 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회원국들의 추가 부담이 25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신규 회원국들은 기존 회원국에 비해 농업 비중이 높아 EU 예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농업보조금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재 프랑스와 독일은 통합 헌법을 가질 수 없을 경우 회원국 확대는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EU 확대가 스케줄 대로 진행되지 못할 경우 주요 국가만이라도 통합을 강화하자는 이른바 `두 가지 속도론`(two-speed Europe)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EU 확대를 둘러싼 내분과 위기가 지속될 경우 올 5월로 예정된 초대형 경제권의 출범은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EU 확대(5차) 일지
▲1998년 11월: 폴란드ㆍ체코ㆍ헝가리ㆍ에스토니아ㆍ슬로베니아ㆍ키프로스 EU 가입협상 착수
▲2000년 1월: 루마니아ㆍ슬로바키아ㆍ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ㆍ불가리아ㆍ몰타 EU 가입협상 착수
▲〃12월: 신규 가입국 수용을 위한 니스 조약 체결
▲2001년 6월: 아일랜드 국민투표로 니스 조약 거부
▲2002년 10월: 아일랜드 니스 조약 수용
▲〃12월: 10개국 가입 공식 확정
▲2003년 12월 13일: EU 통합 헌법안 합의 결렬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