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국부펀드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아부다비투자청(ADIA)이 서방 금융당국에 편지를 보내 정치적 목적의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측은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는 부족하다면서 투자에 정치적 목적이 없다는 내용을 명시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ADIA가 정치적 목적 없이 순수하게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힌 3페이지 분량의 공개 서한이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을 비롯한 서방 경제 수장들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유세프 알 오타이바 아부다비 국제업무담당 이사는 편지에서 “ADIA는 투자를 서방 외교 정책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용도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건강하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를 가로 막는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서한은 중동 국부펀드의 투자 규모가 늘면서 여기에 미국과 유럽등 서방 선진국들이 투자 목적의 투명성을 요구하자 ADIA가 내놓은 유화 제스처다.
이에 대해 미국 재무부는 정치적 목적이 없다는 점을 서면으로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정부연금펀드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투자의 투명성을 인정 받고 있지만 중동이나 아시아 지역 국부펀드는 투자 의도가 불투명하다는 게 서방측의 시각이다.
그러나 서방측이 이들 국부펀드를 압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FT는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으로 외부 투자를 필요로 하는 미국이나 유럽측이 중동에 무리한 요구를 함으로써 투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총 9,000억 달러의 자산을 굴리고 있는 ADIA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지난해 씨티그룹에 75억 달러를 투자, 구원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총 자산 가운데 주식 투자가 50~6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5%는 고정 자산 투자에, 5~10%는 부동산이나 대안투자상품 등에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