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판 기업들이 정치권의 발목잡기를 견디다 못해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의회가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을 가로막자 가스터빈 제조 관련 일자리 500여개를 프랑스 등에 이전하기로 결정했고 보잉도 캘리포니아의 위성 제작공정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한다. GE 등이 고국을 등지는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린 것은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자면 수출입은행의 도움이 절실한데 의회의 소모적인 정쟁에 휘말려 수출계약마저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존 라이스 GE 부회장이 "경쟁력 있는 수출기업을 지원해주는 나라로 생산거점을 옮기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호소했을까 싶다.
주목할 것은 수출기업들이 의회의 막무가내식 횡포를 한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나름 반격에 나선 점이다. GE와 보잉은 수출금융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의 지역구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전미제조업자협회는 정치인에 대한 후원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정치권의 갑질 횡포에 행여 보복이라도 당할까 전전긍긍하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부럽다는 소리가 나올 법하다. 우리 기업인들은 오늘도 국감장에 마구잡이로 불려다니면서 신사업을 포기하라는 의원들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업들이 공들여온 한식뷔페와 쌀 도정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송전탑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하는 것도 정치권의 무분별한 간섭 탓이다. 국회가 면세점 입점품목을 지정해주고 합병비율까지 간섭하며 정상적인 경영판단에 딴죽을 거는 것도 당연한 일로 여겨질 판국이다.
이러니 기업인들 사이에서 차라리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보장되는 해외로 나가 일하고 싶다는 탄식이 나오는 것 아닌가. 정치권의 반기업 행태가 기업들의 등을 떠밀어 해외로 빠져나가게 만든다면 과연 의원들은 어디 가서 목에 힘주고 호통을 칠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