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3년3개월 만에 다시 열릴 예정이다.
남북 이산가족 각 85명과 95명은 오는 20∼25일 금강산에서 60년 넘게 기다려온 혈육과 해후하게 된다.
그러나 남북이 상봉 행사에 합의한 지 하루만인 6일 북한이 ‘최고존엄’ 비방과 한미합동군사연습의 중지를 촉구하며 이산가족 상봉 합의이행 재고를 시사해 계획대로 상봉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역사는 올해로 29년, 내년이면 벌써 30년이 된다.
하지만, 이 기간 가족과 만난 사람은 민간과 당국 차원을 모두 합쳐 남북에서 2만5천여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단 한 번의 만남 후 또다시 헤어져야 하는 방식이어서 내용 면에서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남북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9월 분단 후 처음 이뤄졌다.
남측에서 35가족, 북측에서 30가족이 ‘고향방문단’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평양과 서울을 방문하는 식으로 만났다.
그러나 이후 15년간 진전이 없다가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이후 지금까지 18차례의 대면상봉을 통해 남북에서 모두 3천829가족, 1만8천143명이 상봉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는 매년 1∼2번씩 열렸으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2008년에는 성사되지 못했고, 2009년과 2010년 한 차례씩 이뤄진 이후 현재까지 3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3차 대면상봉까지는 양측 방문단이 서울과 평양을 동시에 방문하는 ‘이산가족방문단’ 방식으로 이뤄졌고, 4차부터 18차까지는 금강산에 모여 상봉했다.
대면 상봉 규모는 양측에서 200명씩 나온 2006년 14차 행사를 제외하면 모두 100명씩에 그쳤다.
2005년에는 화상상봉센터가 문을 열어 같은 해 8월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총 7차례에 걸쳐 557가족, 3천748명이 영상을 통해서나마 만날 수 있었다.
남북 당국은 지난해에도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상봉행사를 열기로 합의했으나 북한이 행사를 나흘 앞두고 정부가 “남북대화를 동족대결에 악용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연기를 통보하면서 무산됐다.
민간 차원에서는 199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모두 3천391명이 제3국에서 만났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민간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도 많이 줄어들었다.
1998년 2명으로 출발해 2003년 677명까지 증가했던 상봉자 수는 2004년에서 2007년 사이 100명에서 500명 사이를 오가다 2008년 97명으로 떨어진 뒤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4명에 그쳤다.
당국과 민간 차원의 대면·화상 상봉을 모두 합쳐도 2만5천282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대다수 이산가족은 가족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가거나 세상을 뜨고 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공동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9천264명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지난해에만 3천841명이 사망하는 등 전체 상봉 신청자의 44.7%에 이르는 5만7천784명이 숨졌다. 생존자는 7만1천480명 뿐이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