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해 경제를 살려야 재벌개혁도 가능하다` `아니다, 시장개혁을 이루지 않고 경제회생은 사상누각에 그칠 뿐이다`
경제가 날로 어려워지자 출자총액제한제도의 개편방안을 놓고 같은 정부내에서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같지만 방법이 서로 달라 옥신각신하고 있다. 그래서 19일 열리는 `시장개혁태스크포스` 회의는 정부와 재계간의 논쟁도 논쟁이려니와 재경부와 공정위간의 치열한 논리전이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총액제한제도, 정책목표달성 실패?=서울대 보고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보고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달성하려는 4가지 정책목표중 지배주주의 실질소유권을 초과하는 의결권행사 방지라는 정책목표만 타당할 뿐 나머지는 중복규제이거나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막고 핵심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며 계열사간 동반부실화 문제는 현행 채무보증제한제도에 의해 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복규제라는 지적이다. 또 가공자본형성을 통한 부채비율의 인위적 축소문제도 결합재무제표에 의해 통제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당초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고 되레 기업의 건전한 투자활동을 방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시장의 감시기능이 원활히 작용한다면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폐지해야 하고 다만 과도적으로 제도를 현실여건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재벌 총수가 적은 자본으로 순환 출자해 수십개의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경우 피출자회사가 부실해지면 결국 출자회사도 부실해지 수 밖에 없다"며 "정책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서울대 보고서는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제도 개선안 쟁점은=현재 19개 예외 및 적용제외조항의 축소 여부다. 공정위는 각종 예외와 적용제외로 출자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이를 대폭 축소할 것임을 강조해왔다. 공정위는 지난 7월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의 주식소유 현황자료를 낸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예외 및 적용제외 현황을 재벌기업별로 상세한 자료를 공개, 재벌의 무분별한 출자를 비판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그 동안 예외제도를 도입한 지 1년 반정도 지난 상태에서 또다시 손질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유지에 문제가 있고 기업투자를 늘리기 위해선 당분가 예외조항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울대 보고서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예외조항을 폐지하는 대신 출자상한을 현행 순자산의 25%에서 30~50%로 높이자는 의견을 제시해 재경부도 이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계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부채비율 100%미만 재벌에 대한 졸업제의 유지여부도 논쟁거리다. 재경부는 당초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서울대 보고서가 `의결권 승수지표`를 연계하자는 의견을 냈다. 보고서는 정책의 예측가능성 및 일관성 유지차원에서 3~4년간은 졸업제를 유지하되 의결권승수지표가 낮다면(총수지분에 비해 순환출자가 적다면) 출자총액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부채비율 100% 졸업기준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제정 취지와 어긋나므로 당장 내년부터 이 제도를 폐지, 부채비율이 100%밑으로 떨어지더라도 출자규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공정위 입장과 다르다.
<권구찬기자,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