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과 20대이하 청년층 등 취약계층의 신용상태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부동산 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의 금융부채비율(금융부채/금융자산)이 50%에 근접해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 높아졌고, 이로 인해 가계의 `금융잉여(금융자산 증가-금융부채 증가)`가 지난해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일 첫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가계부문의 신용악화가 금융시스템을 불안정 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은은 금융 중추인 은행의 경영상태가 안정적이며 자금중개기능에도 이상이 없어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취약층 신용악화가 경제의 `짐`= 한은은 감독당국과 카드사의 신용관리 강화조치로 가계부실이 늘어나게 됐으며, 이런 조치들이 가계부채가 급증한 후에 나와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신용취약층`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외환위기 때 하위 20% 저소득층의 소득점유비중이 떨어진 채 회복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9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취약 계층이 신용상태를 개선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들 취약계층의 신용 악화는 카드채권 등 금융기관 자산의 부실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며, 이는 경기둔화와 실업률 상승을 초래해 다시 가계의 상환능력을 저하시키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가계 금융잉여 마이너스=지난 해 부동산 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자산대비 금융부채비율은 47.8%로 미국(29.1%), 일본(25%), 영국(29.6%)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로 98년 75조원이 넘었던 금융잉여가 작년 말에는 `12조5,000억원 부족`으로 반전됐다. 부채는 빨리 늘고 있지만 금융자산 축적은 더뎌짐으로써 가계의 중장기적인 지급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가계 부문의 신용 문제가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라고 한은은 분석하고 있다. 카드채 문제 등으로 채권시장이 다소 불안해 진 것도 이러한 가계 부문의 신용 취약성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은행`이 금융시스템 보루=한은은 이와 같은 금융시스템 안팎의 불안정 요인이 있지만 금융시스템의 중추인 은행은 SK글로벌에 대한 충당금 추가적립 등 특수요인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상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어 이러한 불안정 요인이 금융시스템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안정 보고서`의 결론이다.
다만 지난 2001년 말 41.7% 수준이던 국내 일반은행의 변동금리부 자산 비중이 지난해말 64.5%로 상승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경우 은행들이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