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어쩐지 불안하다. 연초처럼 경기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해서가 아니다. 차라리 그때는 경제주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잔뜩 긴장하고 있어 불안함을 달랠 수 있었다. 외환위기도 극복했는데 이번 위기라고 벗어나지 못하겠느냐고 믿었다. 정부는 온갖 정책조합을 찾아내느라 머리를 싸맸고 기업 현장에서는 모처럼 노사 상생의 모습도 엿보였다.
그러던 대한민국이 금세 바뀌었다. 주식시장에서는 15일 급락 장세가 연출됐지만 개미들의 흥분은 여전하고 코스닥에서는 투기판 흔적까지 눈에 띈다.
뿐인가. 부동산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 틈을 타고 재건축 시장이 올라가더니 기형적인 호가 올리기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남 3구는 끔찍한 버블의 흔적마저 엿보인다. 버블이 꺼질 때의 고통은 벌써 잊은 듯하다.
정부는 어떤가. 관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위기감에 사로잡혀 총력전을 펴던 모습은 사그라지고 있다. 요사이 내놓는 정책이 그렇다. 자동차 대책은 시장을 온통 멍들게 만들었고 윤증현 장관이 취임 이후 야심차게 내걸었던 서비스업 발전 방안은 영리의료법인 설립 문제를 둘러싸고 관련 부처가 자기 논리에 집착하면서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도 오리무중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놓고 벌인 정부와 여당의 정책 수행 방식은 아마추어 정책의 표본을 보여줬다. 윤 장관은 취임 이전 강만수 전임 경제팀의 가장 큰 잘못으로 ‘대책의 타이밍’을 지적했는데 지금 상황은 전임 경제팀과 다를 바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좀 나아질 때 스스로 자산을 팔든지 계열사를 팔든지 해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데 너무 미적거린다. 외환위기 때야 정부가 나서 기업의 팔목을 졸랐다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시간만 끌다 시장 상황이 다시 나빠지고 시기를 놓치면 결국 부실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올 게 뻔한데도 말이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이 벌써 샴페인을 터트린다는 비아냥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위기는 분명 끝나지 않았다. 아니 호전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도 부끄럽다.
경기를 진단할 때 ‘브로큰 윙(broken wing)’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날개가 부러진 새가 날지 못한 채 파드닥거리다가 다시 주저앉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엔고와 고환율에 기대 수출로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긴장을 늦추다가 브로큰 윙 현상이 일어나면 그때는 정말 걷잡을 수 없다.
파티를 즐기는 것은 일년 후에 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