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사필귀정… 대통령도 사과해야"

[김태호·신재민·이재훈 사퇴] ■정치권 반응
與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 필요"
한나라, 靑 참모진 인책 거론

'8ㆍ8 개각'을 통해 지명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등 각료 후보자 3명이 29일 자진사퇴하면서 9월 정기국회 개막을 앞둔 여야 간 정국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은 미래희망연대(8석)와의 합당 결의로 과반의석(150석)을 훨씬 웃도는 원내 180석을 확보해 정부의 세제개편안 등 각종 법안과 새해 예산안의 국회 통과를 적극 뒷받침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각료 후보자 3명의 낙마를 이끌어내면서 7ㆍ28 재보선 패배 이후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한 민주당 등 야권은 이명박 정부와 거대여당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에 제동을 걸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장 30일 의원 연찬회를 열고 정기국회 전략 등을 점검할 예정이지만 당 소장파 의원들이 청와대 참모진을 향해 '개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돼 한바탕 내분에 휩싸일 수 있다. 6월 지방선거 패배 후 한동안 일어났던 당ㆍ청 쇄신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이날 세 후보자 사퇴 직후 논평을 통해 청와대에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 기준을, 야당에는 정부ㆍ여당의 진심을 이해하고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당 소속 의원 사이에서는 그릇된 인사에 대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의 개편은 물론 관련 참모진 인책을 거론하겠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한 '국무총리만은 지켜야 했던' 당 지도부도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야권은 기세등등하다. 야권은 각료 후보자 자진사퇴를 '사필귀정'이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문제' 있는 나머지 후보자들의 사퇴도 촉구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으로 공직자의 도덕적 기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사필귀정"이라며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는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내놓은 청와대는 책임져야 한다"며 "이 대통령도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의 근본적 하자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기에 이 문제는 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이현동 국세청장,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상임위별로 자진사퇴를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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