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호황덕에 소프트웨어 개발자 몸값 치솟아

미국 경제 호조세와 스타트업 기업 창업 붐에 힘입어 실리콘 밸리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지는 ‘괴짜를 고용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품귀현상을 소개했다.

현재 미국에는개발자와 엔지니어 일자리는 넘쳐난다.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작년 4·4분기 개발자와 엔지니어 실업률은 2.5%로 전체 평균인 5.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미국 채용 업체 인디드(Indeed)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업이 가장 구하기 힘든 직업 10개 중 7개가 컴퓨터 과학 관련 직업으로 나타났다.

마치 지난 세기말 닷컴 열풍을 연상시키듯, 실리콘 밸리에는 빠르게 돈이 유입되고 있다.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뛰어난 인재를 유치하고 타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당근을 동원한다. 연봉과 스톡옵션, 사내 복지 프로그램, 맛있는 식사 제공은 익히 알려진 방법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더 많은 사이닝 보너스와 더 긴 사전 유급 휴가를 찾아 이직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근 각광 받고 있는 프로그램 파이톤(Python)이나 루비(Ruby on Rails)에 정통한 개발자의 연봉과 보너스는 천정부지로 솟아 개발자 채용 에이전시는 스포츠스타나 유명 연예인처럼 개발자의 몸값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이와 같은 실리콘 밸리의 경쟁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양상은 전 세계로 번져가고 있다.

‘인도판 아마존’이라 불리는 전자 상거래 업체 플립카트는 작년 1,000여 명의 개발자를 모집하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의 검색포털 바이두는 결혼한 직원의 이직률이 떨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직원 결혼 중개에 앞장서기까지 한다.

직접 소프트웨어 사업에 뛰어든 기업이 아니더라고 자동차에서부터 우주 산업, 가전기기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는 기업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Ford)가 고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웬만한 실리콘 밸리의 중견 기업의 규모와 맞먹는다. 핀테크 개발에 여념이 없는 은행에서도 금융 애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고 있다.

개별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아예 인재영입을 목적으로 스타트업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어콰이어(aqui-hire)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은 인공지능 분야에 정평이 난 개발자들이 모인 딥마인드(Deepmind)를 4,000억 원을 들여 사들였다. 포털기업 야후(Yahoo)는 모바일 및 신제품 부서를 강화하기 위해 다이어리 앱을 개발한 벤처 기업 완더(Wander)를 인수해 완더의 직원 5명을 관련 부서에 배치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훌륭한 개발자를 유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자 중요한 일이라면서, 개발자에게 좋은 대우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일하는 보람과 자부심을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회사 경영자가 직접 회의에 참여해 회사 전략에서부터 사무실 커피 맛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열린 문화도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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