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에 메이저대회 마스터스-US 오픈 연속 우승에 세계랭킹 2위.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 조던 스피스(미국)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최근 9개월 새 930만달러(약 108억원)를 벌었다. 단연 상금랭킹 1위.
스피스는 그러나 우즈나 현 세계랭킹 1위인 로리 매킬로이만큼 화려하지는 않다. 드라이버 샷 거리는 75위(292.5야드), 페어웨이 안착률은 85위(63%)다.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알 수 있는 그린 적중률도 55위(68%)로 드라이버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대신 50~125야드 거리의 어프로치 샷 정확도가 전체 1위다. 퍼트도 최고다. 홀당 퍼트 수 1.69개로 1위, 1퍼트 확률 44.2%로 1위, 라운드당 퍼트 수가 27.7개로 1위다. '쇼트게임의 황제'라 부를 만하다. 미국 CBS스포츠는 "스피스의 드라이버와 아이언이 괜찮은 정도라면 퍼트는 역사에 남을 만하다"고 평했다.
스피스의 기계 같은 쇼트게임의 비결은 '75분의 법칙'에 있다. 최근 PGA 투어는 스피스의 라운드 전 '워밍업 루틴'을 소개했다. 스피스는 티오프 75분 전이면 항상 연습 그린에 나타나 그만의 방식으로 경기를 준비한다. 75분은 15분-35분-10분-15분으로 나눠 쓰는데 처음과 마지막 15분은 늘 퍼트 연습이다. 실전에서 1타가 아쉬운 아마추어라면 따라 해볼 만한 연습법이다.
연습 그린에 들어서자마자 스피스는 얼라인먼트 스틱을 왼쪽 허리에 기대게 세워놓고 퍼트를 한다. 정확한 셋업이나 방향·스윙궤도 점검, 퍼팅 스트로크 연습 등에 쓰는 막대다. 스피스는 이번에는 이 스틱을 퍼트라인 바로 바깥에 눕혀놓고 스틱이 이룬 선을 따라 퍼트한다. 그다음은 4피트(1.2m) 거리의 짧은 퍼트 집중 연습. 이어 7피트(2m) 퍼트를 반복한다. 쉬운 퍼트를 계속 넣으면서 공이 홀에 들어가는 이미지를 스스로 주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15분을 활용한다.
다음으로는 드라이빙 레인지로 이동해 35분간 샷 연습을 한다. 순서는 60도 웨지-56도 웨지-피칭 웨지 순. 올바른 셋업과 타구 방향을 위해 얼라인먼트 스틱을 양발 앞에 눕혀놓고 샷 하기도 한다. 웨지 점검을 마치면 8번 아이언-6번 아이언-4번 아이언-하이브리드-3번 우드 순으로 치고 마지막에 드라이버를 잡는다. 샷 횟수는 클럽당 10회 안팎. 60도 웨지를 가장 많이 쳐보고 4번 아이언과 드라이버는 서너 번 스윙으로 끝낸다. 티타임 25분 전에는 치핑 그린으로 이동해 칩샷과 벙커샷을 8~9회씩 시험해보고는 15분을 남기고 다시 연습 그린으로 돌아간다. 다양한 거리의 퍼트를 20회 이상 해보고 나서야 스피스는 첫 홀인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선다. 75분간 스피스는 80여 차례의 샷과 60개 가까운 퍼트를 연습한다.
스피스는 올 시즌 긴 거리 퍼트에 있어서 특히 놀라운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20~25피트(6~7.6m) 거리 적중률이 27.5%로 전체 2위다. 먼 거리 퍼트를 따로 공들여 연습하지 않는 것을 보면 짧은 거리 퍼트를 '지겹도록' 반복하는 게 긴 거리 퍼트 성공에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국내 골프장은 드라이빙 레인지와 칩샷 허용 그린이 없는 곳이 많아 스피스를 똑같이 따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라운드 전 연습 그린 30분 활용은 누구나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연습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