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중국 최고법원에서 첫 '승소'

외국인이 승소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다는 중국 법원에서 국제무역 사기 사건에 휘말린 한국 무역회사가 지난해 말 수천만달러가 걸린 소송에서 극적으로 이긴 사실이 30일 알려졌다. 한국의 중계무역 회사인 A사는 1997년 9월 홍콩의 S사로부터 플라스틱 제품을 구입해 이를 다시 중국 사천성 소재 B회사에 판매하는 중계무역 계약을 맺었다. 중국의 B사는 중국농업은행에 신용장을 개설했고, A사도 홍콩의 S사를 위해 농협에 신용장을 개설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홍콩의 S사는 "중국 B사로 물품을 보냈다"며 A사에 선적서류를 송부하면서 신용장 대금을 청구했고 A사는 계약대로 농협을 통해 대금을 모두 지급해 중계무역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런데 갑자기 중국 B사의 신용장 개설 은행인 중국농업은행측에서 "선하증권이 위조됐다"며 A사측에 신용장 대금 2천만 달러를 지급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 A사가 확인해본 결과 실제 화물은 선적되지 않았고 선박이 중국의 항구에 입항한 사실도 없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홍콩의 S사측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급기야 중국농업은행은 A사와 농협에 신용장 대금 지급을 거절하고 중국 사천성 고급인민법원에 신용장의 무효와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정지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사천성 법원은 A사가 문제가 된 선하증권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계무역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별다른 증거도 없이 원고의 주장만 받아들여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A사 등은 다시 우리 나라의 대법원 격인 중국 최고인민법원에 항소했으며, 최고인민법원은 4년여간 진행된 재판 끝에 지난해 말 원심 판결을 뒤집고 "A사는 책임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A사 등은 재판에서 질 경우 신용장 대금 2천만 달러와 그동안 쌓인 이자 등을포함해 3천만 달러를 고스란히 잃을 뻔한 위기를 넘겼다. 사건을 맡은 유중원 변호사는 "중국에서는 성(省)간 지역적 대립이 심해 사천성 출신이 아니면 현지 법원에서 승소하기 매우 힘들고 특히 중국에서 외국인이 재판에서 이기기는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재판 과정과 의미 등을 정리한 소논문을 만들어 내달 20일 변호사회관에서 동료 변호사들에게 발표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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