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아시아를 포함한 이머징 마켓 투자자산의 거품 가능성을 우려하는 전망들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지난 해 러시아 유코스 사태 이후 흘러나오기 시작한 이머징 마켓 거품론은 지난 15일 국제금융연구소(IIF)가 연구기관으로서는 처음 제기하고 나선 데 이어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거품 가능성은 무엇보다 넘쳐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국제 투자자금이 펀더멘털에 대한 고려 없이 자금을 쏟아 붇고 있다는 우려에서 나오고 있는 것. 지난 해 이머징 마켓으로 들어온 자금은 전년에 비해 50%나 증가하면서 아시아 주식의 경우 평균 65% 상승했고, 아시아국 발행 외화표시 채권의 미 국채 대비 스프레드(가산금리)는 최저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아시아 주식ㆍ채권에 대한 인기가 과연 펀더멘털에 기반하고 있냐는 것으로, 그 내막을 보면 거품 가능성 진단이 무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7일 무디스가 필리핀의 신용등급을 Ba1에서 Ba2로 하향 조정하기 직전 까지 국제 투자자금은 필리핀 금융자산에 대해 지속적으로 돈을 쏟아 묻고 있었다.
거품의 심각성은 투자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 쏠리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전격 인상하고 이머징 마켓의 경제가 급작스레 위축될 경우 그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필리핀에 대한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이후 외국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페소화가 급락,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필리핀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진단했다. 특히 최근 아시아 정부들이 해외 투자자들의 이머징 채권 선호를 일종의 기회로 활용하며 대규모 외화표시 국채를 발행, 거품 붕괴시 직면하게 될 위기를 키우고 있다. 돈이 빠져나가면서 채권 금리가 올라갈 경우 그만큼 이자 상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머징 국가들간 경제 기초 체력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만큼 이들 국 전체에 대해 거품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윌리엄 로즈 시티 그룹의 수석 부회장은 이머징 마켓의 거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이머징 마켓 자산을 차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