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하나 하나에 담긴 '가족과 사랑'

원로 조각가 민복진 내일부터 전시회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광화문 세종로의 동화면세점 앞에는 어깨동무를 한 가족의 모습을 표현한 대형 청동 조각상이 있다. 길 건너 이순신 장군상의 위엄, 클라스 올덴버그 작품 '스프링'의 역동성과 마주하고 있는 이 작품은 청계천과 광화문 광장을 방문한 가족들을 바라보며 따스한 울림을 전한다. 이 '가족'의 작가인 원로조각가 민복진(83ㆍ사진)의 60여년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대규모 전시가 인사동 선화랑에서 25일부터 막을 올린다. 작가에게 '가족'과 '사랑'은 평생을 두고 매달려 온 단 하나의 일관된 주제였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탓인지 항상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착이 있었고 영감의 원천이 됐습니다." 차가운 돌과 청동에 작가는 온기와 위안을 담아왔다. 그동안 제작한 작품 600여점을 정리한 화집이 이번 전시와 시기를 맞춰 출간됐다. 하종현 전 시립미술관관장과 조각가 전뢰진, 구정수 등이 주축이 돼 그의 화집 출간했다. 여든 살까지 돌 깎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던 작가는 3년 전부터 정과 망치를 손에서 놓은 대신, 그의 작품관을 몸소 실천해 투병 중인 아내의 침상을 지키고 있다. 그는 기계 소음으로 난청이 생겨 청력이 좋지 않고 긴 세월 돌가루가 눈에 들어가 시력도 기울었지만 "팔힘 만큼은 자신 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호암미술관ㆍ워커힐미술관 등지에 소장돼 있고 서소문 대우빌딩,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도 볼 수 있다. 전시에는 1964년 작부터 최근작까지 5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작품을 내 보이는 것에 신중한 탓에 이번이 평생의 네 번째 개인전이다.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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