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株 '4重苦'에 시달린다

환율 급락·내수 침체·철강 파동에 파업까지
환율 1% 떨어질 때 영업익 4∼5%나 줄어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몰아치는 4중고(4重苦)에 자동차주 시동 꺼지나.’ 현대ㆍ기아차 등 자동차 업종 주가가 ▲고질적인 내수침체 ▲환율급락 지속에다 ▲냉연강판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일본 닛산자동의 조업 중단 ▲노조 부분파업 등 돌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비틀거리고 있다. 특히 원ㆍ달러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1,050대까지 깨짐에 따라 대다수 증권사들은 목표주가 제시 자체마저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상당수 전문가들이 “저가 매수 기회”를 주장했던 것을 감안하면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모습이다. ◇환율급락이 가장 치명적=달러약세가 이어지면서 자동차 업종의 수익성 악화가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경우 환율이 50원 떨어질 때마다 올 4ㆍ4분기만 대략 750억원의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주력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인센티브 강화 등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데다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없어 수출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 스미스바니증권도 최근 “달러당 원화 환율이 1% 떨어질 경우 현대차의 올해 영업실적은 4%, 기아치는 5% 정도 영향을 받는다”며 “주가도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닛산 쇼크’ 등도 공습=이날 거래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가 2.96% 떨어졌고 기아차(-1.47%), 현대모비스(-2.19%) 등 주요 자동차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내수비중이 높아 환율급락과는 상대적으로 무관한 쌍용차도 1.67% 떨어졌다. 닛산이 냉연강판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감이 또다시 부각됐다. 김 연구원은 “국내업체의 경우 조업 중단 사태는 없겠지만 강판 공급 부족 현상이 예상보다 심화되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의 연간 강판 매입규모는 매출액의 4.2%, 재료비의 6.9%에 달해 시간이 갈수록 생산원가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 목표주가 5만8,000원을 제시했다. 김상익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도 “현대차의 펀더멘털 자체만 보면 주가 4만원대도 가능하나 대표주 프리미엄을 엎고 연기금 매수 등 수급 장세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내수침체 지속 등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구조적인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목표주가의 추가 하향 조정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저가매수 기회’=반면 일부 전문가는 “현대ㆍ기아차의 성장 가능성은 앞으로도 높다”며 “지금이 매수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성문 동원증권 연구원도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주가가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유럽 판매 증가, 인도ㆍ중국ㆍ터키 등 해외공장의 비중 확대 등이 환율하락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고, 철강재 가격 상승세도 내년 하반기에는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목표주가는 최근 현대차 6만6,000원, 기아차 1만3,400원으로 낮췄지만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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