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의 현금보유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5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20개사(금융사 제외)의 2003년 감사보고서 분석 결과, 이들 회사의 현금보유액은 작년 말 현재 9조4,4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2년 말의 7조3,831억원에 비해 27.9% 증가한 것이다.
기업별로는 현대자동차가 전년동기 대비 12.9% 늘어난 1조4,425억원으로 현금보유 규모가 가장 컸으며 기아자동차가 88.4% 늘어난 1조4,38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10.0% 줄어든 1조2,68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SK는 무려 262.9% 늘어난 8,898억원, KT는 23.4% 줄어든 6,537억원, 삼성SDI는 17.83% 증가한 5,459억원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LG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5,368억원으로 무려 3,025.6%나 늘어나 증가율 면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이들 20개사중 현금보유액이 줄어든 기업은 삼성전자와 KT 외에 한국전력(-39.9%), 삼성전기(-14.5%), 신세계(-1.0%) 등 5개사에 그쳤다.
거래소 관계자는 “수출호조 등에 따른 이익증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안정성 위주의 보수적인 경영에 치중한 결과 현금보유 규모가 늘었다”며 “외국자본의 보유 지분이 확대되고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시도가 잦아진 것도 경영권 방어 차원의 현금 보유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