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3의 창업' 출발선] 쇄신안 세부내용

소유·경영 분리, 대주주 본분만 충실히
계열사이사회·대표이사·주총중심 독립경영체제로
사장단 산하에 2~3명 규모 업무지원실 운영
순환출자 해소 먼저…지주사 전환은 수면아래로


22일 발표된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은 내부에서조차 ‘예상했던 고강도 시나리오 수준을 넘어섰다”고 할 만큼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 전략기획실 재무팀은 지난주 말 내내 쇄신안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수 차례 쇄신의 내용과 강도가 뒤바뀌는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일가 퇴진=쇄신안의 핵심은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향후 삼성의 대주주로서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 회장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도 관장직과 문화재단 이사직을 사임하고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최고고객책임자(CCO)직을 내놓는다. 이 전무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한발 물러나 해외현장에서 백의종군하기로 함에 따라 경영권 승계는 당분간 유보될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해외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경영권 승계의 명분을 쌓은 후 국내로 복귀,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물려받는 수순을 거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전무의 거취는 오는 5월로 예정된 삼성전자 인사 발표 때 보직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게 된다고 그룹 측은 밝혔다. 또 사외이사의 경우 삼성과 직무상 연관 있는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해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전략기획실 폐지, 독립경영 강화=삼성은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과 김인주 사장(전략기획실 차장) 등 수뇌부 퇴진을 통해 '확실한 인적쇄신'을 보여줌으로써 과거에 얽매인 잡음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신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대외업무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사장단 산하에 2~3명의 소규모 조직인 업무지원실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 경영진’이라는 의사결정 구도에서 각 계열사 이사회, 대표이사, 주주총회 중심의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로 전환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과도기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수요회로 불리는 사장단협의회가 실질적인 힘을 갖고 그룹의 각종 현안 해결 및 전반적인 의사결정을 맡는 것으로 결정됐다. ◇지배구조 개편 ‘숨고르기(?)’=당초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전자와 금융업종을 축으로 계열사를 개편하지 않겠냐고 관측해왔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지주사 전환이나 계열사 분리 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삼성은 지주회사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순환출자를 먼저 해소하기로 했다. 대신 삼성은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25.64%)을 4~5년 내 매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분을 어떻게 매각하느냐는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또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재차 강조한 뒤 삼성생명ㆍ증권ㆍ화재 등 금융사의 경영 투명성을 더 높이고 정도경영ㆍ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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