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부실채권 비율이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중소기업 대출 부실률이 높아져 은행의 건전성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의 부실 대출 규모도 2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은 20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의 18조5,000억원보다 2조원 늘었다고 9일 밝혔다. 기업의 부실채권이 16조6,000억원, 가계가 3조6,000억원, 신용카드가 3,000억원이다.
부문별로는 3월 말 기준 기업여신 부실채권 비율이 1.79%로 지난해 말보다 0.13%포인트 올랐다.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STX건설ㆍ썬스타 등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으로 신규 부실이 발생한 탓이다. 중소기업 여신 부실채권 비율은 2.13%로 0.16%포인트나 상승했다.
가계 부실채권 비율(0.78%)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난해 말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 비율(0.72%)은 0.07%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전업사를 제외한 은행계 신용카드 채권 부실채권 비율은 1.67%로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 말보다 0.1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지난 2006년 9월 말 이후 최고치다.
금감원은 조선이나 건설 같은 경기 민감 업종과 가계 및 개인사업자 여신 등 취약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엄격한 자산 건전성 분류를 지도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연말에 부실채권을 대거 정리하고 1ㆍ4분기에는 신규 대출이 늘어나는 계절적 요인이 있어 부실 대출이 심해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잠재 위험에 대비해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