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쟁의행위에 나선 노동조합의 지시로 생산시설을 정지시켰더라도 손해의 확대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일반 조합원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반 조합원은 노조 지시에 불응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불법행위 책임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일반 조합원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음으로써 향후 노사간 손해배상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태광그룹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이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 2억원씩 배상하라”며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조합원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환송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 조합원은 불법 쟁의행위 때 노무를 단순히 정지한 것만으로는 노조 및 노조 간부들과 공동책임을 진다고 할 수 없지만 노무 정지 때 위험ㆍ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아 손해가 확대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면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노조가 지난 2001년 6월부터 2개월간 임금인상 및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기계 세척 절차 없이 아크릴ㆍ나일론ㆍ폴리에스테르공장 가동을 중지시키자 “굳어버린 원료와 오일 제거 등 기계를 보수해야 하는 손해가 발생했다”며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불법 쟁의행위를 기획ㆍ지시ㆍ주도한 노조와 노조 간부들에게만 손배 책임을 귀속시키는 게 정당하며 일반 조합원들은 불법 쟁의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