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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과 욕심 때문이었다. 지난달 임금 체납으로 공연중단 사태를 빚었던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이하 두 도시)의 제작사 비오엠코리아 측이 이전 공연 투자사에도 정산금을 주지 않아 수억 원대의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공연 정산금을 독촉받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같은 공연을 또 무대에 올리며 사태를 악화시킨 셈이다. 다음 공연의 투자금이나 수익으로 이전 공연의 투자금을 상환하는 뮤지컬업계의 뿌리깊은 '돌려막기' 관행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11일 공연예술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공연장 '샤롯데 씨어터'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은 지난 5월 비오엠과 최 대표를 상대로 "지난해 6~8월 공연된 두 도시의 미지급 투자 정산금을 지급하라"며 4억 7,300만 원의 정산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3월 롯데쇼핑은 30억 원 규모의 두 도시 공연제작에 12억 원을 투자하고 공연 수익(티켓판매 수수료 및 로열티 등 제외)의 40%를 매월 최우선으로 정산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비오엠과 체결했다.
비오엠 측은 6월 정산금 3억 3,300만 원은 제때 롯데쇼핑에 지급했지만, 7월과 8월분에 대해서는 수차례 공문이나 합의서를 보내 지급 일자를 연기했다. 롯데쇼핑의 독촉에 비오엠은 지난해 11월 미지급 정산금을 5억 7,300만 원으로 확정한 뒤 12월 세 차례에 걸쳐 1억 원을 전달했지만, 나머지 금액은 끝내 지급하지 못했다. 올 1월 최용석 비오엠 대표는 '비오엠이 지급해야 하는 정산금에 대해 연대 책임을 부담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최 대표는 올 6~8월 다시 무대에 올린 두 도시 공연의 배우·스태프 임금도 제때 주지 못한 채 사무실 문을 닫고 자취를 감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전 공연에서 본 손실을 다음 공연에서 메우거나 다음 공연을 담보로 이전 공연에 투자받는 식의 돌려막기가 업계 관행처럼 굳어지다 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 같다"며 "드러난 것이 비오엠일뿐, 상당수 공연 기획사들이 비일비재하게 겪고 있는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피고인 최 대표가 잠적하고 비오엠도 사무실 문을 닫으면서 지난 5월 제기된 소송은 제대로 진행조차 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 측의 답변서나 관련 서류 제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원은 이달 중 사건을 무변론 선고하기로 했다. 법원은 피고가 답변서 제출 기간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변론 없이 곧바로 선고 기일을 지정해 판결을 선고한다.
다만 법원 판결은 정산금을 지급 받을 권리를 확인받는 것일 뿐, 채무자의 재산을 찾아내 강제집행 및 압류, 환수하는 것은 원고(채권자)가 할 일이다. 원고 승소한다 해도 채무자가 무일푼일 경우 법원 판결문은 휴짓조각이 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