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내신갈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발표한 정부 대책은 수습은커녕 내신갈등을 재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 방침은 올 내신 반영률을 50%에서 30%로 낮추었을 뿐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4일 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과 내신반영 단계적 확대와 대학의 자율성 보장에 노력한다는 합의로 사실상 백기를 들었던 교육부가 최후통첩성 대책 발표로 반격을 하고 나선 꼴이다.
정부의 ‘강압적’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 부총리와 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의 대학 자율성 보장 노력 등의 합의 의미는 상실됐다. 교육부는 합의내용을 이틀 만에 뒤엎은 것이다. 이처럼 합의내용과 융통성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저버리고 수치로 내신반영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교육부의 말은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 또 한번 교육부의 갈팡질팡에 놀아난 것이다.
교육부가 그간의 방침과 달리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것은 강도를 한 단계 높인 대학 자율성 침해라고 할 수 있다. 행정ㆍ재정적 제재와 내신문제 연계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얼버무려 여운을 남긴 것도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대학 측은 4일의 합의에 따라 내신 반영률을 15~20%선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려는 흐름이 대세였는데 교육부의 30%라는 수치 발표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복잡한 입시제도에 내신갈등까지 겹쳐 대학 들어가기 힘든다는 푸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대책발표가 새로운 갈등을 야기할 우려가 큰 상황에서 “죄송하다”고 국민에게 사죄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교육부는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 보장 노력을 하고 대학은 사회적 책무성을 다하도록 노력한다”는 4일의 합의정신에 따라 대학 자율성부터 보장해야 한다.
부글부글 끓다가 4일의 합의로 겨우 진정됐던 대학가가 이번 최후통첩성 가이드라인 제시로 다시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교육부는 진정으로 수험생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갈팡질팡 간섭 위주의 입시정책을 버리고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돌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최선의 입시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