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밀린 월세살이… 중산층이 흔들린다

실제 비중 50% 넘어…가처분소득 급감에 소비심리 위축
정부 진단만 하고 대책 없어 "스무딩 오퍼레이션 시급"


저금리로 촉발된 주택 임차시장의 월세 비중 확대가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까지 위기로 내몰고 있다. 전세에 비해 훨씬 높은 임차비용 구조로 가처분소득이 급격히 줄면서 소비심리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전세의 월세 전환을 '구조적 변화'라는 진단을 내놓으면서도 여전히 전세 중심의 지원에 정책을 집중해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스무딩 오퍼레이션'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주택 임대차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1.6%에 달한다. 2011년 9월의 32.9%와 비교하면 8.7%포인트나 높아진 비율이다. 하지만 월세의 실제 비중은 이미 50%를 넘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전월세 거래량은 확정일자 신고를 기준으로 집계하다 보니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무보증 월세(순수 월세)나 신규 계약이 아닌 기존 전세의 재계약을 통해 보증부 월세로 전환되는 경우는 거래 통계에서 누락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월세 전환이 자연스러운 인식변화가 아니라 '갑(甲)'인 집주인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선택이 아닌 떠밀려서 하게 되는 월세 전환이다. 서울 상계동 S공인의 한 관계자는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바꾸는 경우 열이면 열 모두 집주인의 일방적 요구에 의한 것"이라며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월세 전환이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기로 내몰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치솟는 전셋값으로 가뜩이나 주거비용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월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가계의 가처분소득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세의 월세 전환은 저소득층에서 더 빠르게 이뤄지는 추세다. 2012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세 가구의 소득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보증부 월세 가구의 소득 수준은 64.1, 순수 월세 가구는 50에 불과했다. 또 전세의 월세 전환은 다세대·다가구주택 등 아파트 외 주택일수록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방 아파트 외 주택의 경우 8월 월세 거래량이 9,028건으로 전세 거래량(8,315건)을 700건 넘게 웃돌았다.

하지만 월세 중심의 급격한 임대차시장 구조 변화를 완충시킬 정부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임대차시장 안정화 방안은 월세보다 전세에 초점이 맞춰져왔다. 지난달 30일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 역시 저소득 월세 가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지원 대상이나 혜택은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그간 정부의 임대시장 대책은 전세자금 대출·보증 등 전세 친화적으로 실시돼 월세 가구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번에 내놓은 월세 융자 지원도 수혜 계층이 적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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