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뒷걸음질 중기 수출서 돌파구 찾아야

최근 5~6년 새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가 30만개, 고용인원이 195만명 늘어났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9%에서 18.7%로 떨어졌다고 한다. 수출액도 1,037억달러에서 1,026억달러로 감소했다. 반면 대기업은 숫자가 1,000개 줄었지만 고용인원과 수출비중ㆍ금액은 크게 늘었다. 대기업의 약진과 중소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맞물린 결과다. 대ㆍ중소 제조업체 간 월평균 임금격차도 40%에서 47%로 벌어졌다. 중소기업이 양적으로 성장하고 고용 기여도가 84.7%나 되지만 속 빈 강정인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해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지만 수출 중기는 8만6,000여곳으로 전체의 3%에도 못 미친다. 수출 중기 가운데 글로벌 시장의 수요가 반영된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 경쟁기업보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역량을 가진 곳은 12%에 그친다는 조사도 있다. 절대다수의 중기는 내수시장, 특히 대기업과 협력업체 등에 대한 납품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출 기업들마저 엔저ㆍ원고로 고전하고 있다. 수출에서 밀리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중소 제조업체의 기술개발 투자가 5년 새 40% 늘고 혁신형 중기가 4만7,000개로 2.8배 증가했다는 점이다. 안 좋은 대외여건을 뚫고 성장하려면 바짝 고삐를 조이고 연구개발을 강화해 글로벌 가격ㆍ기술경쟁력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수밖에 없다.

마침 박근혜 정부도 세제ㆍ무역금융 등 가용한 정책수단을 최대한 활용해 중소ㆍ중견기업을 수출전사로 육성하겠다고 나섰다. 중기를 키우지 않고서는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도, 고용률 70% 공약을 달성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중소ㆍ중견 협력업체의 해외시장 공략과 동반진출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제값을 받고 제품을 팔 수 있는 길을 넓혀가겠다는 중소ㆍ중견기업인들의 의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