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실망스런 2분기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예측 능력도 도마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았던 탓에 대다수의 실적 전망치가 크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달 삼성전자의 실적에 우려를 나타내며 매도 리포트를 냈던 JP모건에 비판적 시각을 보냈지만 실적뚜껑이 열리자 마자 머쓱해지고 말았다.
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25곳 가운데 20곳이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최소 5,000억원 이상 높게 잡으면서 실제치와 크게 빗나갔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하나대투증권이 9조5,000억원을 전망해 가장 정확한 실적예측 능력을 발휘했고 현대증권, 한화증권, 신영증권, 미래에셋증권, 토러스투자증권도 괴리가 2,000억~3,000억원 정도에 그쳐 비교적 선방했다. 하지만 국내 대형증권사를 포함한 국내 80%에 달하는 증권사들이 10조원 이상을 추정해 실제치와 큰 격차를 나타냈다.
반면 서둘러 삼성전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던 외국계증권사들은 결과적으로 정확한 분석력을 자랑했다. 지난달 매도 리포트로 삼성전자와 국내 증시를 뒤흔들었던 JP모건의 경우 9조7,000억원을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도 9조6,000억원을 예상했다.
따라서 그동안 외국계증권사에 대해 “우려가 지나치다” “리스크가 과대포장됐다”고 반박하던 국내 증권사들은 ‘유구무언(有口無言)’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삼성전자는 국내 시가총액 1등기업이라는 점에서 증권사들은 실적분석에 매우 공을 들인다. 따라서 그동안 가이던스와 실제치가 크게 차이가 난 적은 거의 없었다. 이번처럼 증권사들의 분기실적 전망치와 실제치가 크게 차이 난 적은 2년여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증권가의 실적 전망치와 거의 비슷하거나 되레 높은 수준을 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애널리스트들은 갤럭시S4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으로 전망치를 너무 높였기 때문으로 받아들였다. 삼성전자를 분석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4의 경우 고사양에 따른 원재료비 상승과 마케팅비 증가 등으로 이익이 예상보다 줄어든 것 같다”며 “결국 기대감이 지나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요즘처럼 증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대표기업에 대한 실적전망마저 크게 빗나가 기업분석보고서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지게 됐다”며 “무작정 장밋빛에 젖어있기 보다는 좀더 냉철하게 시장과 기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