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임대주택 의무등록제 도입 논란

"집주인 세금 전가 방지 가능"
"민간 임대시장 위축 불가피"


정부가 지난달 26일 월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확대 전환하고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현실화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자마자 민주당이 곧바로 '임대차 의무등록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임대주택 과세 및 등록 상한선을 둘러싼 정책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임대주택등록제는 전월세를 포함한 모든 임대주택의 임대료 수준과 계약기간을 의무적으로 신고해 공시하는 제도다. 지난해 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등 여러 부동산 관련 법안과 함께 여야 간 '빅딜' 대상에 포함됐다가 최종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도가 도입될 경우 민간 임대시장 규모와 거래량, 거래가격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전월세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과 함께 이미 정부가 확정일자 등을 통해 임대소득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상황에서 임대사업 의무등록까지 더해지면 민간임대주택의 주된 공급원인 다주택자들이 주택시장에서 대거 이탈, 전월세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 찬성, 임대인에 세제혜택 부여해
전월세 가격 안정화 시켜 세수도 증가 '두토끼' 잡을것


임대차의무등록제는 3주택 이상 소유하고 1주택 이상을 임대한 사람과 다가구주택 소유자를 의무적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게 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정부가 추진하는 임대시장 활성화 방안의 여러 문제점들이 등록제 시행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로 집주인이 세금과 보험료 증가분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문병호 민주당 의원의 의원실 관계자는 "의무등록하는 임대인들에게 소득세와 법인세 등 세제혜택을 많이 부여하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하면 세금 전가로 인한 전월세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차 의무등록제를 통해 서민 주거안정과 임대소득 과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인한 세수감소분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월 국회 입법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이후의 과제로 현재 1~2%에 불과한 다주택자들의 임대소득세 징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임대주택 의무등록제를 실시해 임대소득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적 주거복지의 확대를 위해서라도 임대주택등록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당장 오는 10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주택바우처'제도는 물론 준공공임대주택·행복주택 등도 임대주택등록제가 시행돼야 순항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집주인들이 세원 노출을 꺼려해 월세 소득공제를 받는 세입자가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하다"며 "정부에서 월세의 일정 부분을 보조해주는 주택바우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전체 임대주택 재고와 임대료 시세가 공시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대주택 등록제를 통해 보다 정확한 임대시장과 주택시장 관련 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전월세 통계가 미비하기 때문에 임차인의 불안요소가 더욱 커지는 것"이라며 "임대주택 등록제는 이런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반대, 다주택자 임대물량 줄면
전월세 시장 더 불안해져 임대료 인상·이면계약 우려


임대사업 의무등록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간임대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임대사업 의무등록제까지 도입되면 주택임대사업에서 이탈하는 다주택자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미 정부의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전월세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만큼 임대사업 등록제 도입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임대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대차의무등록제까지 도입되면 시장에는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며 "임대소득을 양성화하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꼭 지금 도입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미 임대소득 과세 강화만으로도 주택임대차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이 같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월세소득=비과세'라는 장점이 사라지자 서울 주요 중개업소와 은행PB센터·컨설팅업체에 대체투자처를 상담하는 전화가 폭주하고 주택 매각까지 고민하는 이들의 문의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M공인 대표는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로서의 의무사항까지 더해지면 누가 집을 사서 임대사업을 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정부가 준공공임대주택, 민간임대 리츠 등을 통해 임대물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당장 민간임대물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는 점도 임대사업 의무등록 반대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준공공임대주택은 계속해서 혜택을 늘리고 있지만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이고 민간임대 리츠 역시 당장 사업자를 모집하더라도 실제 물량 공급까지 최소 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공공임대물량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고 여전히 민간임대시장에서 다주택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다주택자 이탈은 곧 전월세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임대소득 과세에 의무등록까지 더해지면 과도한 규제에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월세를 올리거나 이면계약서를 작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행정적인 비효율성도 임대사업자 의무등록제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앞으로 정부가 확정일자·세액공제·주택바우처 등을 통해 전월세 통계를 마련할 계획인데 굳이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의무등록제를 도입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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