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대치 끝에 28일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무산됐다. 표면적 이유는 야당의 ‘특수활동비 소위’ 수용 요구 때문이지만, 여당은 한명숙 전 총리의 유죄 확정판결에 따른 화풀이를 하는 것이라며 혀를 차고 있다.
여야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기택 대법관 임명동의안과 이달 말 활동 종료 예정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 연장 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본회의를 앞두고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특수활동비 조사소위를 거부하고 있다”며 “예정된 본회의 시작이 어려울지 모른다”고 보이콧을 시사했다.
이후 여야는 원내수석부대표와 예결위 간사가 각각 참석하는 2+2 회동을 갖고 본회의 개최를 위한 협상에 나섰지만 서로의 이견만 확인한 채 등을 돌렸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야당의 무리한 요구로 오늘 본회의는 무산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돌렸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여당이 걷어찬 것”이라며 반발하는 등 감정싸움 양상마저 보였다.
여당 내에서는 야당의 일방적 본회의 합의 파기 이유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예결위 내에서 야당의 주장을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지만, 지금 사회적 이슈도 아닌 문제를 가지고 합의 안건 처리까지 발목을 잡는 것은 지나치다는 불만이다.
그래서 여당은 이번 야당의 보이콧 이유를 특수활동비 문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명숙 전 총리의 판결과 관련해 특수활동비로 화풀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장우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몽니인 것 같다”며 “한 전 총리의 판결에 따른 야당의 내부적 균열 문제 때문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특수활동비 문제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도록 소위를 구성하는 것은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춘석 새정연 원내수석부대표는 “투명성이 제고되지 않은 특수활동비 감사를 위해 예결위에 소위를 두자는 제안을 새누리당이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결위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지난 5월 여야 정치인들이 특수활동비를 개인용도로 썼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언론과 국민들이 이 부분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야는 주말에도 계속 협상하면서 국회 의사일정 합의에 나설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9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 싸움’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어 정쟁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작한 이달 말 활동 시한이 종료되는 정개특위 시한 연장 문제 등 시급한 현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니만큼 31일 본회의를 열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