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는 1999년 3월초 예전 직장동료인 무역업자 B로부터 수입물품 결제대금에 필요한 1억원을 빌려줄 것을 부탁받았다. A는 6개월 뒤 갚는 조건으로 1억원을 빌려줬다. B는 그러나 6개월이 지나도록 채무를 갚지 않았고 A는 별다른 조치없이 B가 자발적으로 돈을 갚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A는 주위에서 대여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A는 2004년 3월 다시 한번 B에게 1억원을 갚을 것을 독촉했으나 B는 한 달만 기다려 달라면서 변제를 연기했다. 이에 A는 B가 빚을 갚을 뜻이 없다고 판단, 그해 3월말 B를 상대로 대여금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B는 A에 대한 대여금채무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므로 A에게 돈을 갚을 의무가 없다고 항변한다. A는 B로부터 대여금을 회수할 수 있을까.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일정 기간 동안 계속될 경우 법률상 권리소멸의 효과가 생기도록 하는 제도가 소멸시효(消滅時效) 제도다. 이는 사실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그 동안 정당한 권리관계에 관한 증거가 없어지기 쉽고 오랫동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자는 이른 바 ‘권리 위에 잠자고 있었던 자’로서 법률의 보호를 받을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민법은 채권 즉 민사채권의 소멸시효를 10년으로 규정하고 있고 상법은 ‘상사로 인한 채권’ 즉 상사채권의 소멸시효를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A의 대여금채권은 민사채권인가 상사채권인가. 무역업자 B는 상인에 해당하고 B가 수입물품 결제자금을 A로부터 빌린 행위는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한 행위로서 상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상인 B와 회사원 A 사이의 금전거래에 대해서는 상법 규정이 적용된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당사자 쌍방에 대해 모두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 뿐만 아니라 당사자 일방에 대해서만 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에 따른 채권도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상사채권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A의 B에 대한 대여금채권은 상법규정이 적용되는 상사채권이다.
결국 B의 금원 차용행위는 일방적ㆍ보조적 상행위에 해당, A의 B에 대한 대여금채권은 상사채권으로서 상법 제64조 소정의 5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따라서 A가 B에게 1억원을 대여한 1999년으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된 이후인 2004년 3월말 B를 상대로 대여금청구의 소를 제기한 이상 A는 B로부터 대여금을 받을 수 없다.(법률사무소 도현 02-599-6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