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리스크 관리 명암

지방사업 줄인 삼성·현대 등 현금흐름 양호
일부 업체는 수천가구 이상 미분양에 휘청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위험관리를 잘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빛을 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업체 중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의 위험관리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대구의 1개 사업지를 제외하고는 지방 사업지가 없다. 2~3년 전부터 지방의 주택사업을 자제하고 서울 재개발ㆍ재건축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4~5년 전에 위험 관리 팀을 만들어 수주심사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며 “지방 미분양 물량은 600~700가구가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대형업체인 D사와 G사는 수천가구 이상의 미분양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사업 진출이 다소 늦었던 현대건설은 포트폴리오가 잘 분산돼 있어 안정적이다. 전체 매출액 중 해외와 국내의 비중이 30대70으로 이 중 국내 매출은 토목(26%), 건축(43%), 플랜트(30%)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미분양은 현재 분양 중인 용인을 제외하면 1,000가구 안팎”이라며 “수 십년간 포트폴리오를 분산한 것 자체가 위험관리”라고 말했다. 타 대형 건설업체는 올 상반기에 현금 흐름이 악화된 것과 달리 현대건설은 연초에 비해 6월 말 현재 현금이 171억원가량 증가했다. 중견업체들도 희비가 갈렸다. 일부 업체들은 미분양 및 해외사업 때문에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지만 우남ㆍ호반ㆍ중흥건설 등은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다. 호반건설의 한 관계자는 “내년이면 창립 20주년이 되는데 지금까지 단 한장의 어음도 발행하지 않았다”며 “또 기존 사업지가 80% 이상 완료되지 않으면 신규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남건설도 지난해부터 어음을 발행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어음을 무리하게 발행하면 유동성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남의 한 관계자는 “어음은 물론 프로젝트 파이낸싱(PF)도 최대한 받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며 “실적을 위한 사업은 하지 않고 사업성이 좋은 곳 위주로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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