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3일로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차 양적 완화 결정을 앞두고 엔고(高)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80.37엔까지 치솟아 1995년 4월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79.95엔)에 바짝 다가섰다. 최근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작은 2,50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는 미 언론의 보도 이후 달러 매도세가 약화돼 엔고에도 제동이 걸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미국의 3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도 낮은 2.0%에 머물면서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 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 약달러ㆍ엔고를 부추겼다. 엔화 가치는 이날 전날 대비 0.63엔 올라 지난 15년여 동안 깨진 적이 없는 '1달러=80엔' 붕괴를 위협했다. 시장에서는 3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장의 양적 완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일시적으로라도 엔화가 달러당 79엔대로 진입,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일본은행이 9월에 이어 또 다시 시장개입을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 완화 이후 달러화 급락으로 달러당 80엔이 무너질 경우 일본은행이 어떤 행동에 나서게 될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FOMC를 앞두고 원화의 움직임에도 변동성이 확대됐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원50전 오른 1,125원30전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완화 규모가 시장 예상보다 미흡할 경우 일시적으로 환율이 1,130~1,140원대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다만 서울 외환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 완화 규모 발표를 전후해 원화의 단기적 출렁거림이 불가피하더라도 원ㆍ달러 환율 하락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은 "양적 완화가 선반영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발표 후 차익실현 욕구로 환율이 단기적으로 올라가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다만 반등세로의 전환은 어렵고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