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화약고' 투신사 단기공사채] (상)

투신권 단기공사채형(만기 3개월) 상품이 금융시장의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지난 1월에만도 24조원 이상이나 이 상품에 유입된 자금이 오는 4월 만기를 맞아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금리급등, 일부 투신 등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기 등 금융시장의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시장충격을 우려, 머뭇거리고 있다. 투신권 단기공사채 문제를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연재한다. (상) "4월 대량환매사태, 금융시장 혼란 예고" 『잔치는 끝났다. 이제 누가 잔치비용을 댈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1999년 4월. 지난해부터 계속된 투신권의 과도한 수탁액 경쟁, 정부의 인위적인 금리인하에 대한 후유증으로 연초부터 금융시장에서 떠돌던 투신사 단기공사채형 상품의 대량 환매사태가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은행·보험 등 기관투자가들은 3개월 만기가 종료된 투신사 단기공사채형 상품을 만기해지하고 수탁금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기관투자가들은 일단 판매회사인 증권사를 찾아 환매를 요구한다. 아직 대량 환매사태가 본격화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콜 등 단기유동성 자금으로 환매에 응하면서 투신사에 다시 환매자금을 청구한다. 그러나 점차 환매요구가 확대되면서 자금이 달리기 시작한다. 증권사들은 8~9%대의 수익률을 제시하며 재수탁을 요구하지만 기관들은 흔들리는 투신을 더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환매규모가 점점 커지자 채권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신설 투신운용사를 비롯한 투신권이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채권을 대거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 이 바람에 금리(회사채 수익률)는 연일 급등하고 주가는 떨어진다. 외국계 기관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미소를 짓는다. 이들은 일부 투신사들이 3개월 만기 상품에 11% 내외의 고수익을 제시하면서 수탁을 권유했으나 「투신권이 불안해」 일절 자금을 맡기지 않았다.★그림참조 주식·채권시장에는 일부 증권·투신사의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풍문이 돌면서 시장분위기가 흉흉하게 돌아간다. 그럴수록 기관들의 만기 환매요구는 눈덩이 커지듯 늘어가고 재수탁 비율은 땅으로 추락한다. 환매금액이 4월 단기공사채형 만기금액(약 24조원)의 약 25%인 5조원에 육박하자 유동성 부족위기는 가시화된다. 정부도 재경부·금융감독위원회 등이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금융시장 진정책을 모색한다. 일부 정부 당국자들은 채권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투신보유 채권을 담보로 다른 금융기관이나 한국은행이 자금을 지원(환매채 방식·RP)하는 방식으로 일단 급한 불은 끄자고 제안한다. 그러는 사이 채권시장에서는 사자는 세력은 없이 팔자는 물량만 넘쳐난다. 그럴수록 금리는 폭등한다. 정부도 결단을 내린다. 금감위 등 일부에서는 「환부수술론」을 주장하지만 재경부는 동업자 자금지원, 정부지원 등을 대책으로 발표한다. 일단 시장은 폭탄을 품에 안은 채 진정국면으로 돌아서고 증권·투신사의 유동성 부족사태도 한풀 꺾인다. 이상은 오는 4월 금융시장의 혼란상을 「시나리오」로 예상해본 것이다. 물론 이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사전에 재경부·금감위 등 정책·감독당국이 적절히 대응한다면 문제가 부드럽게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심각하고 대책은 마땅치 않다. 1월 중 투신권 단기공사채형 상품에는 무려 24조2,592억원이 들어왔다. 대부분 3개월 만기의 은행 등 기관자금들이다. 만기는 4월. 만기자금 중 14조원은 재수탁을 통해 투신권에 남고 10조원만 빠져나간다 해도 비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신권의 문제는 이제 한 금융권만에만 국한되는 게 아닌 금융시장 전체의 문제로 비화됐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시인했다. 【안의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