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니콜라스 브래트 도이체 에셋매니지먼트 코리아펀드 사장
입력 2003.03.30 00:00:00
수정
2003.03.30 00:00:00
“북한은 이라크와 다릅니다. 이라크는 주변 국가를 위협했지만 남북한은 교류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핵 문제는 외교적 채널로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도이체 에쎗매니지먼트사가 운용하는 코리아 펀드의 니콜라스 브래트 사장은 “한국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 문제가 해결 기미가 보이면 많은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주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이라크 전쟁 후에 미국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았으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없다고 전망했다. 뉴욕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 이라크 전쟁이 미국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까요.
▲중요한 것은 전쟁이 얼마나 오래 끌지 여부입니다. 전쟁이 몇주 내 단기전으로 끝난다면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가장 큰 혜택은 유가일 것입니다. 지금 유가가 많이 내렸지만, 전쟁 양상이 불안해지면서 다시 올라가고 있질 않습니까. 전쟁이 빨리 끝나면 유가는 배럴당 20~22 달러 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봅니다. 두번째 혜택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기업 투자가 회복된다는 점입니다. 기업 투자는 전쟁 이전에 조금 살아날 조짐을 보였지만, 전쟁으로 인해 기업들이 계획을 연기하거나 보류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쟁 때문에 소비자 신뢰지수가 많이 떨어졌는데, 전쟁이 끝나면 소비자 신뢰와 지출이 회복할 것으로 봅니다.
전쟁이 끝나면 미국 경제는 빠르지는 않지만, 점진적인 성장력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는 미국 경제가 2~2.5%의 완만한 성장을 하고, 내년에는 3~3.5%로 조금 높은 성장력을 회복할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은 통제되고 있고, 이자율은 낮고, 연방 정부가 더블딥(W자형 이중 침체)이 오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낙관적인 시나리오이며, 우리는 이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전쟁이 장기화하면 달라집니다. 유가가 올라가고, 전쟁 비용이 늘어나 재정 적자는 확대될 것입니다. 미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고, 그러면 미국 정부는 달러 회복을 위해 이자율 상승을 용인할 것입니다.
한국 경제는 비교적 유리한 입장에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은 지난 5년 동안 대미 의존 구조를 탈피, 중국과의 교역을 늘리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나라의 하나입니다. 한국이 지정학적 특성을 활용, 중국과의 교역을 늘린 것은 다행스럽고 잘한 일입니다. 미국의 소비력이 약해지더라도 한국은 중국의 지리적인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습니다.
- 이라크 다음에 북한이 지정학적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주 재미있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주목을 받으려고 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북한에 주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 북한은 이에 실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노무현 정부와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부 사이에 긴밀한 협조와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노 대통령은 젊은 층의 지지로 당선됐지만,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과의 밀접한 협력관계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북한 핵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은 이 문제가 미국만의 문제라고 말해선 안됩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가운데서 북한 지도층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나라는 중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북한에 식량을 공급하고,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건너간 탈북자를 용인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북한 사이에는 일정한 이해관계가 유지되고 있고, 이 점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를 정상화하는데 아주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스라엘이 수년전에 시리아의 핵시설을 공격했듯이 미국이 북한의 핵 시설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군사력은 세계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미국이 공격할 경우 북한은 가만 있질 않을 것입니다. 저는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다자 외교의 틀 속에서 북한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 북한과 이라크는 어떤 점에서 다릅니까.
▲부시 대통령이 두 나라를 `악의 축`에 포함시켰지만,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라크는 이란과 쿠웨이트를 침략했고, 오랫동안 주변국을 위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해 시아파 등 반대 종파들을 억압했습니다. 북한도 주민들을 잘 통치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공격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과 일본, 중국을 공격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 핵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할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김정일은 아버지로부터 업무를 이어받았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세계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고, 그래서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 한국에 신정부가 출범한지 한달 됐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봅니까.
▲노무현 정부가 재벌 개혁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지속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SK 사태에서처럼 개혁 조치는 경제에 일시적인 충격을 주고, 재벌들이 압력을 느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건강하고, 긍정적인 신호가 되고 있습니다.
- SK 회계 조작 사건을 어떻게 봅니까.
▲미국의 엔론과 월드컴, 네덜란드 소매체인점 에이홀드의 회계 조작사건이 그랬던 것처럼 SK 사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회계 부정에 개입하고 잘못된 관행을 조사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성숙함을 의미합니다. 부정직한 기업인을 조사하는 것은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를 비난하지 않고, 한국의 잘못된 기업인을 비난합니다. 기업 범죄를 처벌하는 것은 경제가 건실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에는 그런 조사가 없었고, 그래서 경제 발전이 더딘 것입니다. 한국은 비즈니스의 잘못된 관행을 다이내믹하게 개선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 한국 주가가 지난해 연말에 비해 많이 떨어졌습니다. 주가를 전망해주시지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 주식을 사기 아주 좋은 기회가 형성됐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에 악재가 쏟아졌습니다. 북한 핵 문제가 터지고, 이라크에 전쟁이 발생하고, SK 문제가 생겼고, 미국 경제의 둔화가 오래가지 않습니까. 어디를 보아도 나쁜 뉴스 뿐입니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의 생리는 올라갈 때 나쁜 뉴스를 잊어버리고, 좋은 뉴스에만 매달립니다. 내려갈때는 그 반대이지요. 증시는 매도세력과 매수세력의 군형에서 가격을 형성하고, 탐욕과 두려움이 때론 시장을 지배하지요. 가격이 쌀때는 어디에서든지 매수 세력이 형성되고, 비쌀때는 매도 세력이 나타납니다. 주가를 판단할 때 여러가지 요인들을 검토해야 합니다. 북한 핵 문제, 유가 상승, 미국 경제 둔화 등이 한국 기업 활동의 문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SK 문제는 한국 기업의 문제이지만, 정부가 긍정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 북한 핵 이슈가 한국 증시를 가라앉히고 있습니다만.
▲북한 핵 문제는 이제 뉴스가 아니고, 구문(old news)입니다. 새로운 문제는 한국에 신정부가 들어섰고, 미국의 부시 정부도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진정한 문제는 미국의 부시 정부가 북한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북한은 비정상적인 국가입니다. 미국에서 정부가 바뀌면 관습과 태도가 다른 북한을 문제 삼습니다. 북한이 문제가 있고, 강경한 나라인 사실은 뉴스가 아닙니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에서 정치인들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저의 견해로는 북한 핵 문제가 어느 선에서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면 투자자들이 안도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현재 550 포인트대로 떨어진 종합주가 지수가 아마 700 포인트를 넘어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 주가는 진폭이 크고, 변동성이 높습니다.
- 한국 주가가 저평가돼 있지 않습니까.
▲한국 주식은 세계에서 가장 싼 주식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은 10년 전에 비해 수익, 성장 가능성 면에서 훨씬 발전했습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기업 지배구조도 개선됐습니다. 한국 주식의 가치는 아주 매력적입니다. 언젠가 많은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 주목할 것입니다.
- 통일 비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한국에서는 동서독의 갑작스런 통일로 서독이 엄청난 비용을 치른 것을 많이 연구해 놓았습니다. 갑자기 통일될 경우 한국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유일한 길은 20~25년의 장기프로그램을 가지고 북한에 시설과 자본을 투자, 개발하는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껏 북한에 많은 간접투자를 해왔습니다. 또 미국과 일본, 중국을 끌어들여 북한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니콜라스 브래트는 누구)
1976년에 투자회사인 스커더 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으며, 그 이전에는 극동아시아 전문가로 활약했다. 스커더에서는 오랫동안 해외투자를 담당했으며 코리아 펀드, 브라질 펀드, 아르헨티나 펀드 등을 관할하고 이머징 마켓 투자를 지휘했다. 스커더가 독일 은행인 도이체 방크에 인수된 이후에도 그는 도이체 방크에 한국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코리아 펀드 사장을 맡고 있다. 스커더사는 현재 한국에 지배구조가 좋은 회사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고 있으며 매니저 존 리와 함께 이를 총괄하고 있다.
또 스커더에서 북미 및 남미와 유럽, 아시아 투자를 담당하는 글로벌 투자 그룹의 이사를 맡고 있으며, 투자 이외에도 대외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뉴욕 소재 코리아 소사이어티에 참여하고, 컬럼비아대 자문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인트 존스 대학과 옥스포드대, 컬럼비아 대학에서 공부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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