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문화를 바꾸자] 동서울지사 청소작업담당 선우인균씨

『고속도로 청소는 사실 목숨을 걸고 하는 일입니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차량을 의식하고 청소를 해야하지요. 때문에 잠시라도 한눈을 팔거나 딴 생각을 하는 날에는 말그대로 큰일이 나게 마련입니다.』한국도로공사 동서울지사에서 청소작업을 맡고 있는 선우인균(49)씨의 일터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강동대교~퇴계원구간이다. 鮮宇씨는 매일 아침 7시30분 왕복 19.2㎞의 이 구간을 걸어 청소한다. 중간에 4곳의 인터체인지까지 있기 때문에 하루에 걷는 거리는 22~25㎞에 이른다. 『가장 위험한 일은 화물차에서 떨어진 물건들을 치우는 일입니다.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 한가운데까지 뛰어들어야 하니까요.』 도로 한가운데 떨어진 물건들을 치우느라 그는 하루에 대여섯번은 목숨을 건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가 하루에 치우는 쓰레기는 마대자루 10개 분량 정도다. 쓰레기의 종류도 다양해 없는게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00만원짜리 수표를 주워 주인에게 돌려준 적도 있었다고 한다. 鮮宇씨가 가장 치우기 힘든 쓰레기는 스티로폼. 『화물차가 달리다 스티로폼을 떨어뜨리고 가면 뒤따라오던 차가 밟고 지나가게 돼 마치 고속도로가 눈이 온 것처엄 온통 하얗게 변합니다. 바람에 날리는 스티로폼을 치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는 요즘같은 겨울철에는 더욱 일하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어 가뜩이나 추운데다 차들이 지나가면서 일으키는 바람에 온몸이 뼈마디까지 떨린다는 것. 여름엔 뜨거운 햇볕에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과도 싸워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고속도로변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가는 얌체족들. 비닐봉투에 집안 쓰레기를 잔뜩 넣어 버린 것은 예사다. 심지어 폐건축자재를 트럭으로 싣고와 버리는 사람들도 있어 그의 어깨를 지치게 한다. 강동대교에서 출발해 구리 농수산물시장을 지나 퇴계원에 다다를 때쯤이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된다. 동료직원들과 싸온 도시락을 나눠 먹고 나면 또다시 힘겨운 오후 일과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이 자랑스럽다. 이 일로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고 큰딸은 출가시켜 손주까지 보았기 때문이다. 『휴가철에 차들이 밀려 있는데 어린아이가 고맙다며 음료수를 전해주는데 고마워서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일에 대한 보람도 느꼈죠.』 『그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는 국민의식이 많이 나아져 쓰레기 없는 고속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鮮宇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이 일을 계속하겠다』며 활짝 웃는다.【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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