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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임금피크제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허구입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지낸 이용득(사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골자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4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낼 당시 금융권에 임금피크제를 처음 도입한 사례와 경험을 언급하며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구상을 정면 반박했다. 이 최고위원은 "내가 금융노조위원장 때 임금피크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이라며 "이는 노동자들도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나눠줘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경영자들이 인건비 절감에만 몰두했을 뿐 일자리 창출 효과는 없었다"며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어나고 비사무직 노동자들은 외주로 보내지는 등 고용 분위기만 악화됐다"고 꼬집었다.
이 최고위원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해고요건 완화 등 정부 주도의 노동개혁에 대해 "정부가 답을 가져오고 노사는 따르라는 식의 노동개혁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며 노사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강제성'을 띄고 있는 것"이라며 "성공한 노동개혁의 사례를 보면 노사의 자율합의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이 노동개혁 방향으로 제시한 하르츠 개혁에 대해서도 "하르츠 개혁은 장기간 노사와 정부가 만나 신뢰를 구축한 후에서야 성공한 모델"이라며 "하르츠 개혁의 핵심은 사회적 합의이지 강제성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노동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한 기구로 노사정위원회는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사정위는 한국노총의 이탈로 지난 4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이 최고위원은 "노사정위의 운영 자체가 정부의 무리한 구상들을 강제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기구의 역할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며 "정부의 입김을 배제한 새로운 대화 기구가 필요하다. 국회 차원의 논의가 더 좋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노동계를 향해서는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노동계 역시 사회적 책임을 다할 방법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며 "노동계의 희생만을 강조하는 낙후된 사회인식 속에서도 현명하게 대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