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대형점 신규개설 포기 속출(구조조정 회오리)

◎매기 위축속 살아남기에 급급/화의신청 업체들 향방 큰 변수/“일부 대형업체외 재편 불가피”국제통화기금(IMF)의 한파로 국내 유통업계도 자신들의 의사에 상관없이 구조조정의 거센 파도에 휩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통경기의 하강으로 매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신세계그룹은 「경영구조조정팀」을 긴급 구성했다. 경쟁력을 높이고, 저효율구조의 타파를 위해 구성된 이 팀은 첫번째 작업으로 관리직인력의 30%를 일선 영업분야로 전환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와함께 백화점·할인점·외식·홈쇼핑·패션 등 5대 유통사업을 비롯 금융·정보통신·건설 등의 유통지원사업의 통폐합 작업도 신중히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에 뒤이어 나온 「과장이상 간부 27%감원」이란 미도파백화점의 방침은 유통업계에 부는 찬바람의 강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대외 이미지를 중시하는 유통업체들은 매출감소를 우려, 부도와 같은 급박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한 「감원」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기 때문. 구조조정의 회오리는 롯데·현대·그랜드·갤러리아·화성산업 등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 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요즘같은 판매위축세가 지속될 경우 살아남을 기업이 몇이나 되겠느냐』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고 보면 조만간 체면과 이미지손상을 무무릅쓴 긴급대책들이 쏟아져나올 것은 자명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업체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대형점 신규출점 계획이다. IMF사태 이후 롯데·신세계 등은 『내년에 문을 열 예정으로 추진중인 백화점·할인점의 대형 점포공사를 변함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혀 유통업계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일부업체들은 사업계획을 취소하면서 구조조정의 일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농심가는 지난달 「메가마켓」천안점을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상황이 악화되면서 그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한화유통은 내년 중에 잠실점 지하를 할인점으로 바꿀 계획이었으나 내년중 자금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 이를 잠정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아백화점 운영업체인 화성산업은 내년 중 대구 성서지역과 구미에 할인점을 연다는 목표아래 내년초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를 잠정 취소한 상태며, 원주에 할인점부지를 확보해놓고 있는 그랜드백화점은 서울 강서점(백화점)에 온 힘을 쏟고있어 원주점 착공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이밖에 뉴코아·한신코아·태화쇼핑·화니 등 부도 또는 화의신청 중에 있는 업체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며, 이들의 향방에 따라 유통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업계는 지금같은 매출부진 사태가 이어지면 내년에 엄청난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일부 대형업체를 빼놓고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흔들릴 것이라는 것도 공공연한 예측으로 나오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의 구조조정 작업은 단순히 몇몇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유통업계 전체의 사활이 걸린 위기시점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이강봉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