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정책감사기능 국회로"

한나라·민노 공조 이관추진…우리당, 원칙공감 불구 법개정엔 난색

한나라당ㆍ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다음달 열리는 카드대란 국정조사에서 감사원의 책임이 밝혀질 경우 감사원이 가진 정책감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는 문제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야당은 감사원의 카드 감사 결과를 부실감사로 규정, 다음달 예정된 임시국회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합의한데 이어 궁극적으로 감사원의 정책감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공조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감사원 위상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헌법 개정 문제라며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다음달 열리는 카드대란 국정조사를 계기로 감사원 정책 감사 기능의 국회 이관 문제가 여야간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민노당은 감사원의 정책감사 권한은 물론 장기적으로 감사원 기능의 국회 이전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번 카드 감사가) 부실 감사로 끝난 근본 원인은 감사원의 위상 때문”이라며 “(감사원이 의회 산하에 있는) 미국처럼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부 감사 기구인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으로 돼 있어 행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심 의원은 “곧바로 국정조사로 가는 게 부담스러울 경우엔 상임위(법사위) 차원에서 이 문제를 우선 다루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의 국회 이전 문제는 의원단 대표인 권영길 의원의 지난 대선 당시 공약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카드대란 국정조사에서 정책감사가 국회 소관으로 돼야 제대로 된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국정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여론이 찬성할 경우에는 야당 4당 공조로 이(정책감사의 국회이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해 여당인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당정 관계를 의식한 탓인지 감사원 기능의 국회 이관 문제 자체가 공론화 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의 당지도부가 원내대표 경선 당시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상황임에도 불구, 당론으로 표면화 시킬 경우 자칫 청와대를 자극할 수 있고 그렇다고 반대로 가자니 약속을 번복하는 셈이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유시민 의원은 “정책 감사는 국정 조사 등을 통해 사실상 국회에서도 하고 있는 일”이라며 “지금 (국회가) 하고 있는 일이나 제대로 하자”고 밝혀 감사원 정책 감사 기능의 국회 이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안병엽 제2정조위원장은 “야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감사원의 회계 감사 기능을 가져오는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면서도 “다만 정책 감사 기능의 이전은 헌법 개정의 문제여서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한 발짝 물러섰다. 지난 원대대표 선거 때 감사원의 국회 이관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천정배 대표도 헌법 개정 문제를 들며 “어려운 문제다. 지금 뭐라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천 대표는 “기관간 협조를 통해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도“감사원도 법률적 제한 때문에 정책실패에 대해서는 책임을 제대로 추궁할 수 없었는데 국회가 하더라도 그 문제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회에서 감사원의 기능 조정 등을 논의하는 자체가 (감사원의)정책평가 기능을 저해하는 것”이며 “국회의 월권”이라는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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