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CSI는 'SIU'

람보르기니 사기 잡아내 주목
전직 경찰 구성… 수사력 탁월

보험사기로 밝혀진 람보르기니 사건을 계기로 보험사의 보험사기전담조사팀(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이 주목 받고 있다.

지난 14일 거제도에서 SM7 승용차 운전자 A씨는 앞서 달리던 람보르기니 스포츠카를 추돌했다며 가입보험사인 동부화재에 신고했다. 수리비만 1억4,000만여원으로 추산되는 대형 사고였다.

동부화재 보상담당자는 거액의 사고인데다 서울도 아닌 거제도에서 슈퍼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의아하게 여겨 사건을 사내 특별조사팀인 SIU로 넘겼다. 이곳 소속인 16년 경찰 경력의 A 조사팀장은 우선 현장으로 달려갔다. 조사 결과 석연치 않은 점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사고가 난 곳은 커브길인데다 길 양쪽이 주차지역이어서 시속 30~40㎞ 이상 달리기 힘든 지역. 그런데 SM7 차량의 에어백이 터지고 보닛이 파손돼 열릴 정도로 세게 충돌했다. 유독 이 차량만 시속 70㎞ 이상으로 운행했다는 증거였다. 게다가 운전자와 동승자 간 진술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데서 심증을 굳힌 A 조사팀장은 각 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를 개별적으로 면담했다. 처음에 잡아떼던 차량 운전자들은 언론에 사건이 크게 알려지고 A 조사팀장이 치밀하게 조사에 들어가자 결국 압박감을 느껴 서로 짜고 사고를 냈다고 실토했다.

원승관 동부화재 홍보담당 상무는 "SIU를 투입해 사고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가해자·피해자들이 보험사기임을 자인했다"며 "다행히 보험금은 아직 지급되지 않았고 두 사람을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사고를 집중 조사하는 SIU는 동부화재뿐만 아니라 대부분 보험사가 운영하고 있다. SIU는 대부분 전직 경찰 출신의 수사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교통안전공단 교통사고조사원, 종합병원 의무기록원 출신들도 활동하고 있다.

1996년 업계 최초로 SIU를 도입한 삼성화재에는 약 60여명의 보험사기 조사전문가들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람보르기니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사기 의심 사고 조사에 전인원을 투입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최근에는 SIU가 상품개발단계부터 관여하는 등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해상도 45명으로 구성된 SIU를 가동 중이며 지난해 1,071억원 규모의 보험사기를 잡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약 30명의 조사전문가가 활동하는 동부화재에서는 이들 덕택에 지난해에만 800억원에 달하는 보험금 사기를 적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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