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공습이 확산되고 있다. 특정지역, 국가에 한한 국지전이 아니라 전면전이다. 이름하여 달러 캐리트레이드. 글로벌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했던 일본 엔으로부터 달러가 바통을 이어 받은 형국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증시는 물론이고 한국,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이머징마켓 역시 달러의 강도 높은 침투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캐리트레이드란 일종의 차입거래를 말한다. 금리가 낮아 차입비용이 적으면서도 통화가치가 비교적 안정적인 국가의 화폐를 빌려 상대적으로 고수익이 예상되는 국가에 투자하는 거래 형태다. 지금까지는 주로 엔화를 차입해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엔 달러로 옷을 갈아입었다. 증시여건이 변하자 투자자들도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최근까지 증시를 선도했던 대형IT, 자동차 등의 기세는 눈에 띄게 약해졌고 수면 아래 잠복했던 철강, 은행 같은 업종들이 뒤늦게 축포를 터뜨리고 있다. 또한 금을 비롯한 대다수 원자재 가격은 위험자산 선호심리와 맞물리면서 고공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개미들이 즐겨 찾는 중소형주는 랠리에 참여하지도 못한 채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실제로 최근 6일간(10~17일) 펼쳐진 초강세장에서 개미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들은 마이너스로 역주행을 했거나 주가상승률이 시장수익률에 턱없이 못 미치면서 개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스코어가 변하면 작전도 바뀌는 법. 글로벌 증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듦에 따라 전략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이번 주 다트머니에서는 달러캐리 확산국면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 달러캐리 시대 투자전략은 - 弱달러 수혜株·원자재상품 등 공략을 달러캐리의 핵심은 유동성이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에서 촉발된 풍부한 유동성이 경기회복 기대감과 맞물리면서 전방위적인 공습에 나서고 있다. 선봉은 외국인이다. 이달 초 잠시 멈칫했던 외국인 순매수 강도는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메가톤급 화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록한 하루 9,079억원의 순매수는 지난 2007년 10월11일 이후 최대치이며 사상 세 번째다.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투자자들의 전략도 이에 맞춰 수정할 수밖에 없는 노릇. 전문가들은 대체로 달러캐리 국면에서 유용한 투자전략으로 ▦달러약세 수혜종목 ▦원자재상품 ▦이머징마켓의 고금리 채권 등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다. ◇ 달러의 공습, 약달러 수혜주를 선점해라 달러캐리는 달러약세를 기본적으로 수반한다. 결국 코리아 대표업종인 대형IT, 자동차 등 수출주는 뒤쳐질 수밖에 없다. 역으로 환율변동과 관계없는 업종과 환율하락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 부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환율변동에 둔감한 업종 중에서도 경기회복 기대감이 미리 반영되는 은행ㆍ건설ㆍ유통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운수창고ㆍ은행ㆍ건설ㆍ전기전자ㆍ유통 등의 순으로 외국인 주식 비중이 늘어났다. 환율하락 수혜업종으로는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은 철강ㆍ음식료업종 등이 꼽힌다. 이들 업종의 경우 환율하락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반면 제품가격은 그대로 유지해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달러 가치 하락은 그자체가 상품가격의 상승을 유발하는데다 유동성 증가, 인플레이션과 맞물리며 상품가격의 강세를 유발한다. 따라서 에너지와 소재ㆍ산업재업종도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캐리는 특성상 달러 약세를 동반해 환율과 관계없는 업종과 환율하락 수혜업종이 반사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특히 경기회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은행ㆍ건설업종과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철강업종 등이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과 은행업종은 경기저점을 탈피한 이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때 레버리지 효과가 큰 업종"이라며 "유통, 음식료 등 내수 유망주의 경우 과거 원화강세 시 강세를 보인 업종이라는 측면에서 순환매 차원의 접근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 달러약세는 곧 상품강세 원자재 관련 투자상품도 관심을 끈다. 경기회복으로 상품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달러약세 추세가 상품 같은 위험자산 선호현상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상품인 금값이 대표적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12월물 가격은 온스 당 13.90달러 오른 1,020.2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3월17일 이후 최고수준까지 올랐다. 상품가격의 상승세는 일반적으로 물가상승을 야기할 수 있어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물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국제유가 또한 대응이 가능한 구간에 머물고 있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품가격 상승세가 경기회복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지만 그다지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며 "오히려 달러약세 국면임을 활용해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와 그와 관련된 종목군에 대한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시중에는 16개 정도의 원자재관련펀드(설정액 100억원 이상)가 출시돼 있다. 펀드별로는 우리자산운용의 '우리글로벌천연자원'이 설정액 1,895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JP모간천연자원'(1,470억원), '블랙록월드광업주'(1,268억원) 등이 네 자릿수 설정액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세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16일 종가 기준)은 각각 5.37%, 3.33%, 6.94%다. ◇ 고금리 채권도 대안 이머징마켓의 고금리 채권도 또 다른 투자대안이다. 넘쳐 나는 시중 유동성은 금리 스프레드 만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안겨 주는 이머징마켓의 고금리채권을 외면할 리 없다. 물론 이머징마켓 역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절대적 수치는 전고점에 비해 낮아졌다. 그러나 2009년 상반기 이후 경기회복 기대감과 채권발행 물량 증가라는 수급적인 이슈로 금리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단기금리 하락이 지속되면서 이머징마켓 채권과의 스프레드는 매력적인 수준으로 벌어졌다. 한 예로 인도 2년물 국채금리와 3개월 달러리보 금리의 스프레드는 5.7% 수준으로 확대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이는 인도네시아나 브라질처럼 경기회복 기세가 견고하면서도 절대적인 수준에서 금리가 높아 달러캐리를 통한 채권투자 매력이 도드라진 국가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인구 대우증권 연구원은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의 외국인 채권매수는 올해 5월 이후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달러가치 하락이 지속된다면 이머징마켓의 고금리 채권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시중에 출시된 17개 정도의 하이일드펀드를 통해 이머징마켓 채권 투자효과를 노릴 수 있다. 규모가 가장 큰 펀드는 'AB글로벌고수익증권'으로 A형과 C형 설정액이 각각 699억원, 692억원이고 '템플턴글로벌증권'(446억원), '푸르덴셜스트래티직인컴'(248억원), '프랭클린하이일드'(198억원) 순이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달러약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기 위해 많은 자금이 원자재, 금,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으로 유입될 것이고 또한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매력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자재펀드, 하이일드펀드 등은 달러캐리 국면에서 유용한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