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국유은행들을 동원해가며 홍콩 역외 외환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자본유출 속도를 늦추고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이례적이고 대담한 조치다.
11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전일 홍콩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한때 1.2% 오른 달러당 6.3936위안을 기록했다. 지난달 11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발표 이후 역외시장 상승폭으로는 최대다. 이날 홍콩의 위안화 거래 물량도 1개월 평균치의 무려 10배에 달했다. 로이터는 "국유은행들이 흔치 않은 '역 시장주문(reverse market quote)'을 통해 위안화를 엄청나게 사들였다"며 "거래형태와 변동폭으로 볼 때 중국 정부가 개입했음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역 시장주문은 응찰자 제시가격이 매도자 제시가격보다 높은 것으로 대개 금융당국의 시장개입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민은행이 대담하게 역외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본토와 역외시장 간 환율차이를 이용한 환투기 세력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투기세력은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추가로 평가 절하할 것으로 예측하고 투기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전일 인민은행이 시장에 간접 개입하며 본토와 역외 위안 간 환율 할인폭도 9일의 1.56%에서 0.47%로 좁혀졌다. 통상 본토와 역외시장 간 환율차이는 역외가 본토보다 1%가량 낮게 평가됐지만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할인폭이 2%를 웃돌기도 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추가 절하 기대감에 쐐기를 박고자 중국이 뭐든 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한달간 중국 금융당국이 위안화 추가 절하를 막기 위해 축낸 외화만도 전체 외화보유액의 3%에 달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이 원하는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쿤 고 ANZ그룹 투자전략가는 "해당 조치가 역내외 환율차를 줄여 결국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통화 편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포함되려면 화폐가 자유롭게 통용돼야 하지만 역내외 환율차이가 커지면 변동성이 높아져 위안화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방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중국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것도 중국 금융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의 이유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램 윌러 뉴질랜드 중앙은행장은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 안정을 거듭 약속하지만 중국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