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발트 3국의 위기가 서구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웨덴 중앙은행인 스베리어릭스뱅크에 30억 유로(42억 달러)를 빌려주기로 했다고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스웨덴은 라트비아 등 발트3국에 대한 최대 투자자로 발트3국의 금융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발트3국의 금융 위기로 인해 스웨덴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을 경우 이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30억 유로는 ECB와 스베리어릭스뱅크가 체결한 통화 스와프에 따라 스웨덴의 크로나화와 맞바꾸며, 스베리어릭스뱅크는 위기가 발생할 경우 유로화를 민간 부문에 이를 지원할 계획이다.
스웨덴은 유럽연합(EU)에 속하지만 유로화는 사용하지 않는다. ECB는 그 동안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이외 국가에 대한 개입을 자제해왔다. 위기에 처한 다른 나라들이 ECB에 지원을 요청하는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 주 ECB는 라트비아에 대한 유동성을 공급할 때도 유로화 표시 자산을 담보로 잡았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약속 받은 라트비아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구제금융 이행 조건인 재정적자 축소에 합의했다. 부유층에 대한 누진세 적용과 공공부문 임금삭감 등을 통해 5억 라트(약 10억 달러)의 재정을 확충,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9%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7%로 낮추기로 했다.
이로써 라트비아는 조만간 IMF로부터 14억 유로의 구제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덕분에 라트화 역시 안정세로 돌아섰다.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적용하고 있는 라트화는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의 급격한 추락으로 라트비아가 최근 국채 발행에 실패하면서 절하 압력을 받아왔다.
하지만 IMF의 처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11일 FT 칼럼에서 "라트비아의 위기는 지난 2000~2001년 아르헨티나 위기의 재방송"이라면서 "라트비아 정부와 IMF, EU 등이 고수하는 라트화 평가 절하 불가 방침을 신속히 접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라트비아는 글로벌 금융 시장 충격으로 야기된 심각한 경기후퇴와 갑작스러운 외국 자본 이탈, 통화 페그제의 불안정으로 인한 심각한 재정적자 등 아르헨티나가 겪은 상황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