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14] 대기업, 직원 선발잣대 천편일률… 취업 미스매치 부추겨

■ 대학총장들이 들려준 청년실업

정갑영 연세대 총장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

떨어질 줄 모르는 청년 실업률을 놓고 가장 머리가 아플 대상 가운데 하나가 대학교 총장들이다. 졸업 후에도 취업 문을 두드리는 제자들을 보고 있는 그들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였을까. 세대갈등의 해법을 찾는 '대한민국 미래컨퍼런스 2014'에는 대학 총장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정갑영(사진 왼쪽) 연세대 총장과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에게 청년이 당면한 문제를 들어봤다.

이들이 꼽는 세대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취업 문제였다. 사회 초년생으로 진입하는 길을 넓히는 것이 세대 간 갈등해결의 첫 단추라는 얘기다.

전 총장은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처우가 좋은, 소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위해 학생들이 취업을 늦추고 해외 인턴십 등 경력을 쌓기 위한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이렇다 보니 졸업 후 1년이 지나서야 직장을 구하는 등 취업 미스매치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청년 취업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공기업이나 일부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각한 데 있다"며 "한정적인 곳에만 청년들이 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상아탑의 두 석학은 학생들에게 모든 짐을 지우기보다 학생들의 인식전환을 유도하는 사회적·정책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 총장은 "선호하는 직장이 쏠리는 것은 취업 후 고용불안과 임금격차 등 사회적인 문제 때문인데 학생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면서 "정부와 기업이 발 벗고 나서서 새로운 전문직이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을 키워 다양한 전문직이 생기고 또 사회적으로도 이들 전문직에 대한 대우가 높아져야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총장은 여성 인재들이 취업 후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청년 취업난 해소는 물론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해법으로 꼽았다. 그는 "출산과 육아를 책임지는 여성은 국가의 중요한 구성원인 동시에 경제활동 및 사회활동의 주체"라면서 "여성 인재들이 취업은 물론 직장을 가진 후에도 꾸준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늘어나는 생활비와 구직난이 맞물리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대학생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도 시급하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정 총장은 "얼마 전 송도 캠퍼스에 가보니 서울 캠퍼스와 달리 학생들의 얼굴이 모두 밝았다"면서 "이는 학생들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주거 문제에 관한 스트레스를 덜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소재 대학에서도 주거를 포함한 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와 정부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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