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체의 구조조정이 밑그림을 그려가고 자동차 내수 및 수출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면서 지난해 7월 기아사태 이후 끊이지 않았던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부도가 진정되고 있다.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100여개 1차 부품업체 중 부도업체수는 지난 6월부터 한자리수로 내려간 이후 10월에는 1개, 11월에는 5개에 그쳐 부도도미노가 멈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 기아그룹의 부도유예협약 이후 한달평균 20여개씩 쓰러졌던 부품업체의 실정을 감안하면 경쟁력과 자금력이 약한 업체들에 대한 시장퇴출이 마무리 됐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산업이 흔들리기 시작한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사라진 부품업체수는 모두 207개. 전체 1,100여개 중 20%에 육박하는 수치지만 대부분 상반기에 집중되어 있을뿐 하반기 들어서는 부도율이 급격히 감소했다.
시기별로 나눠보면 지난해 7~11월 기아 부도의 여파로 51개가 무너졌고 다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직격탄을 맞아 97년 12월에는 무려 24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는 5월(16개)을 고비로 한자리수로 안정화하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지난 7~8월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6차례에 걸친 파업과 조업중단으로 장기간 공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도업체 수는 10개 미만을 유지, 재무구조가 취약한 업체들이 대부분 정리된 것으로 해석됐다.
완성차 업체별로는 기아·아시아 협력업체 103개가 무너졌고 현대 60개, 쌍용 37개 등이다. 상반기 내내 내수시장 1위를 차지하며 상대적으로 나은 경영성과를 냈던 대우는 20개에 그쳐 완성차의 경영상태가 부품업체에 그대로 전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대우 협력사들은 9~11월까지 부도업체가 하나도 없어 눈에 띄었다.
매출액 규모로 보면 50억 미만이 88개, 51억~100억원이 49개, 101억~200억원이 24개로 중·소규모 업체의 부도율이 높았다. 반면 자동차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300억원 이상 규모의 대형 업체들의 부도가 거의 사라져 자동차 산업 기반이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여기에 12월 국내 자동차판매량이 지난달에 비해 20~30% 가량 늘어난 9만여대, 월간 수출량도 10%가량 늘어난 18만대에 달할 전망이어서 부품업체들이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기아를 인수한 현대가 내년도 생산목표를 대폭 늘려 잡은데다 물품대금 지급을 계획하고 있어 부품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자동차의 대우전자의 빅딜 추진 과정에서 생산을 멈춘 삼성의 협력업체(90여개)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박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