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들여다 보기] 정진

지광 스님 지음, 랜덤하우스 코리아 펴냄
'성숙한나' 만드는 60가지 가르침 담겨


2000년대 들어 비소설 분야에서 가장 많은 베스트셀러 작품을 낸 작가는 법정 스님이다. '무소유', '오두막 편지', '산에는 꽃이 피네', '맑고 향기롭게',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다' 등 매년 최소 한두 종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특이한 건 종교부문 베스트셀러 목록의 경우 법정 스님을 제외하고는 외국 유명 승려들의 작품 일색이란 점. 하버드대 출신 현각스님의 '만행', 틱낫한의 '화' '힘'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등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은 외국 스님들이 집필한 게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미국 기독교 목사도 베스트셀러 작가에 가세했다. 조엘 오스틴 목사의 책 '긍정의 힘'이 지난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인기몰이를 한 것. 토종 작가들의 입지가 이처럼 점점 좁아지는 상황에서 주목할만한 책이 등장했다. 출간한 지 얼마되지 않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한 지광 스님의 '정진'. 지난 5월 말에 출간된 이 책은 1달도 안 돼 교보문고의 2007년 상반기 종교부문 베스트셀러 4위에 올랐다. 정진 스님은 "우리 불교가 전도에 취약하다"며 "불교에 담긴 삶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책을 냈다"고 말했다. 불교계 저자들이 특정 종교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으나 수행이 큰 스님들은 아직 책을 내는데 무관심하다는 의미다. 삶과 행복에 관한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 전세계에 한국 불교를 알리려는 게 스님이 목표이다. 책에는 인생을 살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고통ㆍ절망ㆍ후회 등 괴로운 마음을 다스리고 '성숙한 나'를 만들어 가는 60가지 말씀이 담겨있다. '칭찬이나 비난에 흔들리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거침없이 나가라' '세상만사 흐르는 강물처럼 대하라' '마음의 렌즈를 맑게 닦아라' 등 스님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명쾌하다. 간결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글은 스님의 특이한 이력에서 비롯됐다. 한국일보 기자였던 스님은 반정부 민주화 운동과 관련 1980년 강제 해직됐다. 기자 생활을 통해 익힌 상황 판단 능력과 간결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글이 그의 설법에도 그대로 담기게 된 것. 미국 하버드대학과 프린스턴대학,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강연한 스님은 세계를 무대로 한국 불교를 알리는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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