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엇박자 환경협의


경기도 포천시 신평리 일대에 조성될 장자산업단지가 혼란에 빠졌다. 단지 가동을 위해 화력발전소를 지으려는 계획을 세워 산업단지 내 집단에너지시설을 관장하는 지식경제부의 허가를 받았지만 환경부가 대기 오염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를 '지어도 되지만 동시에 지을 수 없는'이 황당한 상황으로 인해 산업단지 가동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안타깝지만 앞으로 이처럼 난감한 일은 더욱 늘어날 것 같다. 지경부가 지난달 말 12기의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한 후 환경부와의 불화가 더욱 깊어졌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지경부에 관계부처 협의절차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는 것. 그래서 환경부가 내린 결론은 '내 갈길 간다'란다.

그러나 환경부가 벌인 노력을 살펴보면 힘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다. 환경부가 지경부 설득을 위해 지난해 벌인 노력은 공문 두 통을 보내고 해당 부서 과장이 지경부 실ㆍ국장과 면담한 정도다. 번번이 퇴짜를 맞은 환경부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지경부의 독불장군식 태도에 환경단체들의 비난도 거세다. 그러나 부처 간의 알력 구도에서 환경부는 내밀 협상카드 한 장 없는 무기력한 모습인 것도 사실이다.

주무 부처로서 협상력을 상실한 환경부가 선택한 결론도 결국 산업현장의 질서를 혼란하게 하는 것이라니 무책임하다. 앞으론 지경부가 화력발전소 건설허가를 내줘도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인데 제2ㆍ제3의 장자산업단지가 줄줄이 생길 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9년 국제사회에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를 3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한 국가의 약속이 국제사회에서 비웃음거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처 간 협의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이에 앞장서야 할 곳은 그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환경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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