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위험수위
경기침체속 개인대출 89조 포화상태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의 개인 대출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신용불량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가계 경제가 위험수위에 접근하고 있다.
지난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던 금융기관의 개인 대출이 올들어 감소세로 돌아섰고, 특히 신용카드 대출을 갚지 못한 신용불량자가 250만명에 이르는 등 곳곳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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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 보험 등 금융기관들의 가계대출은 올들어 증가세가 꺾이며 대부분 대출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중은행의 1월말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은행ㆍ신탁계정을 포함해 모두 89조1,574억원으로 지난해말 89조7,260억원에 비해 5,686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가계대출이 20조7,000억원이나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외환위기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계대출이 이제 포화상태에 다다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은행들은 최근 담보 설정비를 면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리려하고 있다.
그러나 담보는 물론이고 신용 여력마저 모두 소진한 개인들은 더 이상 대출을 받고 싶어도 받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화재등 주요 9개 손해보험사의 경우도 지난해말 개인 담보대출 규모가 1조2,411억원으로 99년말보다 2,339억원이 줄어들었다.
생보업계도 지난해 삼성과 대한생명을 제외하면 교보생명이 99년말에 비해 500억원이 줄었고, 흥국 등 나머지 생보사들도 지난 한해동안 가계담보대출 실적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대출이 지난해 101조원이나 늘어났지만 이를 갚지 못한 개인 신용불량자는 지난 98년말 이후 26만명이 증가해 지난해말 모두 247만여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1.35%에 달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로 이어져 신용불량자는 지난달 말 2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이 이제 한계에 다다랐으며,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이 경기침체와 맞물려 가계경제 붕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제 담보대출은 담보물 부족으로 더 이상 늘어나기 어렵고 어쩔 수 없이 신용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대량으로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가계여신의 부실이 은행에도 큰 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연기자
박태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