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교사들을 고용해 국고보조금을 챙기고 아이들의 간식비로 사용돼야 할 돈까지 빼돌린 어린이집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특별활동비와 음식재료비를 빼돌리고 가짜 보육교사를 등록해 국고보조금을 챙긴 혐의(업무상 횡령ㆍ사기) 등으로 정모(49)씨 등 어린이집 원장 5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허위로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이를 알선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보육교사원장 안모(50)씨 등 31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 원장 55명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권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특별활동비와 간식비ㆍ음식재료비 등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300억원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어린이집 원장 가운데 억대의 돈을 횡령한 원장만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송파구 일대에서 '○○키즈' 등 어린이집 3곳을 운영한 정씨의 경우 식자재와 시설공사비 등을 부풀려 챙긴 돈만 7억3,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납품업체에 음식재료비를 입금한 후 부풀린 금액만큼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사용해야 할 식재료비를 줄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실제로 먹인 음식은 버려진 배추 시래기 등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 포함됐고 결국 일부 아이들은 복통을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운영한 업체에서는 영아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이불로 덮어 내버려두거나 통원차량 안에서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며 라디오 음량을 높이는 등 학대한 정황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입건된 원장 가운데는 약 6년간 어린이집 연합회장을 지낸 송파구 의원 이모(51)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송파구 일대에서 어린이집 5곳을 운영하며 특별활동비 등 2억2,7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격증이 없는 보육교사를 정식 교사로 등록해 교사 1인당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에 이르는 국고보조금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김해에서 보육교사원을 운영하는 안씨는 1인당 200만∼320만원의 뒷돈을 받고 가짜 자격증을 발급받아 이를 의뢰한 어린이집에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보육교사원은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보육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인 어린이집 700여개 가운데 극히 일부만 수사한 결과가 이렇다"며 "현재 적발된 어린이집의 추징액만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