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이 기업활력 불어넣는다] 대기업, 기능대회 입상자 '입도선매'

산업인력공단, 15개 기업과 채용 협약
작년 192명 취업… 4년새 2배나 늘어


고졸 가운데서도 숙련된 기술력으로 국내외 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한 이들의 취업률은 유독 두드러진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006년 12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5개 기업과 기능경기대회 입사자의 채용을 지원하는 '기능장려협약'을 체결했다.

첫해인 2007년에는 국내 기능경기대회 입상자 중 협약을 체결한 기업에 입사한 고졸자가 87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19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4년 만에 협약을 통한 대회 입상자의 취업자 수가 100% 이상 껑충 뛴 셈이다.

고졸 입상자를 '입도선매'한 기업의 면면도 화려하다. 지난 5년간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은 각각 166명, 114명을 채용했다. 삼성전기와 포스코도 각각 62명과 54명의 입상자를 데려갔다.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입상한 고졸의 취업률은 더 높다. 2007·2009·2011년 최근 3회 동안의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메달을 받은 85명 중 대학 진학자 9명을 제외하고 7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대회 입상 후 취업한 19명 가운데 대기업 입사자는 16명이나 됐다.

유예찬(21)씨는 2009년 9월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폴리메카닉스 직종 금메달을 획득한 뒤 그해 겨울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입사 통보를 받았다. 그는 "처음에는 솔직히 학력 때문에 은근한 무시나 차별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막상 입사를 하고 금메달리스트라고 하니 '이거 한번 해볼래'라며 적극적으로 업무를 권하는 상사들의 신뢰가 느껴지더라"고 전했다.

이 같은 회사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서 빠르게 성장한 유씨는 입사한 지 2년이 채 안 된 지난해 10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또 한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성인 삼성중공업 기술연수원 부장은 "고졸 입상자들의 경우 입사 후 업무를 습득하는 속도가 일반 대졸 사원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빠르다"며 "고졸이라는 학력 수준이 전혀 결함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달 22일 최근 3년간 기능경기대회 출전 실적이 있는 고등학교의 학교장 추천을 받아 고졸 청년 26명을 인턴으로 채용했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6개월간의 과정을 거친 뒤 26명 중 1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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