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누리과정·박근혜표 예산… 여야정 줄다리기

■ 6일 376조 예산안 심의 착수… 주요 쟁점은
여 "담뱃세·지방세 인상"… 야 "법인세 올려야" 맞서
창조·DMZ예산 삭감 논란… '사자방' 예산도 충돌 예고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376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놓고 여야가 증세 등 세입예산과 누리과정, 4자방(4대강·자원투자·방산 비리), 박근혜표 예산 등 지출예산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할 조짐이 보인다.

여야는 6일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예산심의에 본격 착수한다.

정부는 내년 지출예산을 올해보다 5.7% 늘려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사학연금기금·산재보험기금·고용보험기금을 제외) 기준으로 33조6,000억원 적자로 편성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적자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재정이 경기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빚더미 재정파탄을 막기 위해 법인세율(최저한세율 포함) 인상과 대기업 비과세 감면 감축 등을 통해 재정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비판한다.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올해 예산안 심의에서 담뱃세와 지방세 등 서민증세안을 내놓은 정부여당에 맞서 야당이 법인세 인상 등 부자감세 철회를 강하게 주장하며 증세가 큰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여권 다수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어 여야 간 충돌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이 예산부수법안의 범위를 놓고 세법뿐만 아니라 경제활성화 법안까지 폭넓게 잡고 있는 것도 여야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세입 부수법안 25개, 세출 부수법안 7개를 예산 관련 부수법안으로 선정했다. 여야가 정부와 새해 예산안·부수법안에 대해 11월 말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여야가 별도로 기간을 늘리지 않을 경우 정부안대로 오는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돼 24시간 내에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3~5세 누리과정 중 어린이집 예산을 놓고도 정부여당과 야당, 시도 교육청 간에 전선이 형성돼 있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교육감들은 예산 편성을 거부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2조2,000억원의 어린이집 예산에 대해 국비지원을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결국 교육청이 채권을 발행하고 정부가 이자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타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이 과정에서 힘겨루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4·자·방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관련 예산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4대강 사업의 총대를 멘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에 대한 정부지원 축소와 함께 국가하천 보수·유지 예산 등도 4대강 후속예산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미 수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날리며 '돈 먹는 하마'로 꼽히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놓고도 야당은 한국광물자원공사 출자액 삭감 등을 요구한다. 또 방산·군납 비리를 재점검하는 차원에서 깐깐한 예산심의를 다짐하는 반면 여당은 방위예산과 방산 비리는 별개로 다루자는 입장이다.

야당이 창조지식경제단지 조성사업, 원격의료 제도화 기반 구축사업, DMZ 평화공원 조성사업 등 10대 삭감 사업으로 제시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반면 기초연금 등 복지수요 증가에 비해 예산 확충이 미흡해 고전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원을 주장하는 것도 쟁점이다. 이와 함께 야당이 사회보험료 사각지대 해소(3,500억원) 등 복지예산 증액을 주장하고 있어 여야정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해마다 되풀이되는 국정원 등의 특수활동비 감액 문제도 여지없이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꼬리표가 없어 추적이 불가능한' 특수활동비를 올해 8,667억원에서 내년 8,820억원으로 증액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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