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생동성 재평가 대상 576개 복제약 공개

'성분명처방' 반대공세 본격화
제약업계선 "상당수는 안정성 입증" 반발

대한의사협회가 576개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재평가’ 대상 복제(카피)약과 제약회사 명단을 공개, 정부의 성분명처방 도입 정책에 대한 반대 공세를 본격화하고 나섰다. 의사협회는 지난 28일 ‘성분명처방, 국민을 위한 제도인가’ 토론회와 인터넷 홈페이지(www.kma.org)를 통해 지난 2006년 생동성시험 결과 조작 파문 등을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한 93개 제약사 576개 복제약(103개 성분)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 복제약은 생동성시험이 권고사항일 뿐이고 시험자료 보관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던 당시 생동성시험 결과를 조작했는 지 여부를 확인할 원본자료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식약청이 정해준 스케줄(2007 141개, 2008년 181개, 2009년 254개)에 따라 생동성을 재검증받으면 ‘건강보험 약값 인센티브’를 계속 받을 수 있다. 생동성시험이란 특허기간이 끝난 ‘오리지널 신약’과 약효성분이 같은 카피약을 먹은 뒤 혈액에 흡수되는 시간ㆍ양 등이 동등한 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다. ◇왜 공개했나= 의사협회가 생동성 재평가 과정에 있는 576개 카피약 명단을 공개한 것은 정부가 건강보험 약제비 절감을 위해 도입을 추진 중인 성분명처방 제도의 싹을 자르기 위한 공세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주수호 의사협회 회장도 명단 공개 이유에 대해 “불합리한 대체조제 등 성분명처방의 문제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복제약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약제비 절감이라는 단순논리를 앞세워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잡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성분명처방 제도가 도입되면 의사가 고지혈증치료제를 처방하면서 처방전에 ‘조코’라는 특정 회사 약 이름을 써도 약사가 약효성분(심바스타틴)이 같은 생동성 인정품목으로 대체조제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약에 대한 의사들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다. 보건복지가족부는 현재 국립의료원에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 시범사업 범위 확대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의사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정하 의협 의무이사는 “(약사가 약을 선택하는) 성분명처방을 강제하면 환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약을 처방하는 의사를 선택해 최적의 치료를 받고자 하는 건강추구권을 침해받는다. 또 의사는 약을 처방하고도 무슨 약이 투약됐는 지 알 수 없게 된다”며 성분명처방 제도의 위헌성을 제기했다. 노규정 울산의대 교수도 “부형제 등 일부 성분이 달라 발생하는 안전성의 차이 등이 명확하게 연구되지 않아 환자에게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생겨도 배상(보상)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 지 가리기 힘들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명단 공개 문제점은 없나= 의사협회가 공개한 576개 복제약 중에는 한미약품이 31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풍제약(21), 참제약 대원제약 (각 18), 종근당(17), 경동제약 한국유나이트제약(각 16), 국제약품(1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들 복제약이 식약청 시판허가 과정에서 일차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받은 약들이라는 점이다. 또 식약청이 576개 복제약에 대해 재평가 시기를 3년에 걸쳐 배분했기 때문에 이미 생동성을 인정받았거나 앞으로 인정받을 품목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약 선택권을 가진 의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드러내놓고 반발도 하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의협이 '국민 알권리'를 내세워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 힘없는 제약사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의사협회에 대한 소송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생동성시험 결과 조작 업체’로 낙인이 찍혀 매출과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제약사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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